SK E&S의 2조원 규모 자본 확충 거래 본입찰을 앞두고 4곳의 후보가 막바지까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인수전에 뛰어든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경쟁이 치열하지만, 이들 PEF에 돈을 빌려주려는 여의도 금융회사들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경쟁 과열로 금융사가 향후 투자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6일 SK E&S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인수를 위한 본입찰을 앞두고 후보들은 회사에 제시할 조건을 최종 논의하고 있다. SK E&S는 앞서 적격인수후보로 글로벌 PEF KKR을 비롯해 국내 PEF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 IMM인베스트먼트, EMP벨스타 등 네 곳을 선정했다.
이들 PEF는 투자 자금을 빌릴 인수금융단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KKR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인수금융 파트너로 삼았고, IMM PE는 신한은행,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인수금융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국민은행 투자금융부가 인수금융을 주선하고, EMP벨스타는 삼성증권이 인수금융을 한다.
통상적인 기업 인수합병(M&A) 거래에선 대금의 절반 정도를 금융권에서 조달한다. 하지만 이번 SK E&S 투자 유치의 경우 일부 후보가 투자금의 70%가량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인수금융 조달 비중이 높은 건 SK E&S가 제시한 조건이 증권사와 은행의 위험 부담을 낮췄기 때문이다. SK E&S의 신용등급은 ‘AA’로 높고, 담보 자산도 발전소·도시가스 등으로 안정적 인프라다. 여기에 SK E&S는 투자자가 요청하면 일정 수익률을 얹어 빌린 돈을 돌려주겠다고 확약까지 한 상황이다.
IB의 한 관계자는 “SK E&S가 제시한 조건도 좋지만, SK E&S가 갖고 있는 투자 자산 또한 매력적”이라며 “예컨대 SK E&S는 투자금을 5년 뒤 도시가스 자회사들의 경영권 지분으로 돌려주는 옵션도 열어뒀는데, 이렇게 되면 투자자 입장에선 기업 인수와 인프라 투자 사이의 좋은 점만 취해 투자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프라펀드뿐 아니라 경영권 인수 목적의 바이아웃 PEF도 이번 거래에 대다수 뛰어든 배경이다.
SK E&S에 대한 투자 매력이 커지면서 시장에선 각 후보가 제시하는 가격이 너무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사들은 담보가 될 부산도시가스 등 SK E&S의 도시가스 자회사들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000억원을 기준으로 RCPS 투자금을 조절했었다. 거래 초반만 해도 증권사들은 이를 기준으로 10배 수준인 약 2조원을 SK E&S에 투입하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눈치작전을 펼치다가 12배인 2조4000억원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엔 SK E&S가 제시한 최소 보장 수익률이 낮다는 볼멘소리가 일부 나왔지만 지금은 이런 이야기도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국내 대형 금융사의 인수금융 담당자는 이번 거래와 관련해 “PEF들이 투자 주체지만 뒤로 빠져 있고 사실상 증권사들이 주도하는 이색적인 딜”이라며 “증권사들이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가 추후 금리가 올라 역마진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슬슬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