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제재 회피 수법은 정교화됐고, 중국은 유엔의 제재 위반 관련 조사에 일관되게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연일 제재 완화를 시사하는 ‘적대정책 철회’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제재 완화를 두고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한·미 양국 간 엇박자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북제재위는 4일(현지시간) 발표한 전문가패널 중간보고서에 “북한이 경제적 난관 극복에 집중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명시했다. 각 유엔 회원국의 제재 결의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대북제재위는 매년 두 차례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발간한다. 지난 2~8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이번 보고서에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과 평산 우라늄 광산 시설, 풍계리 핵실험장 등에서 활동 징후가 포착된 사실이 적시됐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배를 위장하는 등 제재 회피 수법은 고도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해상에서 제재 회피 기술을 지속적으로 정교화하고 있다”며 “불법 금융활동과 해외 근로자 활동, 방산업체에 대한 사이버 공격 등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례적으로 북한의 정유제품 수입과 석탄 수출은 크게 줄었다. 북한의 정유제품 수입량은 지난 1~7월 2만2750배럴로 제재가 규정한 연간 상한선인 50만 배럴의 4.75%에 그쳤고, 지난 1∼4월 석탄 불법 수출량은 36만4000t로 지난해 4개월 평균치(120만t)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북한의 고강도 국경봉쇄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 제재 단속에 대한 중국의 비협조적인 태도도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문가패널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고, 자국과 관련된 제재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보고서에 게재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전문가패널은 중국이 “학술 교류는 유엔이 금지한 것이 아니다”라며 설명을 거부한 북한 대학과의 합동연구 중 일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북제재위가 북한이 제재 위반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히며 제재 완화를 둘러싼 한·미 간 엇박자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북한은 이날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를 통해 “(한국이) 민족 내부 문제에 대한 외세의 간섭을 허용하면 오히려 복잡성만 조성된다”며 사실상 한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지말고 대북 제재 완화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미국외교협회(CFR) 대담회와 지난 1일 국정감사에서 연이어 “제재 완화나 해제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이날도 “안보리 결의안의 완전한 준수와 기존의 모든 유엔 제재의 완전한 이행은 모두 중요하다”며 사실상 한국 정부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