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압력 어떻게 느끼나' 규명…미국인 2명에 노벨 생리의학상

입력 2021-10-04 23:25
수정 2021-10-05 01:12
인간이 어떻게 온도와 압력을 느끼는지를 밝혀낸 미국 생리학자 두 명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4일 온도 및 촉각 수용체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해 데이비드 줄리어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 생리학과 교수(66)와 아뎀 파타푸티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신경과학과 교수(54)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체의 ‘센서’ 역할을 하는 촉각기관을 분자 단위로 규명했다.

미국 뉴욕 출신인 줄리어스 교수는 척추 신경 말단 부분인 배근신경절 세포에서 ‘캡사이신 수용체(TRPV1)’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열감을 유발하는 고추 화합물 캡사이신을 활용해 인간의 피부가 열에 반응하는 기전을 밝혀낸 것이다. 레바논계 미국인 파타푸티언 교수는 압력에 민감한 세포를 활용해 피부 및 내부 장기에서 기계적 자극에 반응하는 새로운 수용체를 발견했다.

노벨위원회는 “뜨거운 것, 차가운 것, 압력을 감지하는 인간의 능력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두 사람은 인간의 감각과 외부 환경 사이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연결고리를 밝혀냈다”고 했다. 한희철 고려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이들은 우리 감각체계의 기초를 밝혀냈다”며 “분자 수준에서 촉각과 통각을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제약업계에서도 이들의 발견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이 한창이다. TRPV1 수용체의 구체적인 기능이 밝혀진 뒤 여러 다국적 제약사가 이를 타깃으로 한 진통제 약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2010년 전후로 아스트라제네카, 애보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머크(MSD) 등이 뛰어들었지만 독성이나 효능 부족의 문제로 대부분 임상에 실패했다. 현재는 화이자와 암젠 등 소수 기업이 약물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메디프론 등이 TRPV1을 타깃으로 진통제를 개발하고 있다.

김광국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들의 발견은 만성 통증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며 “TRPV1의 이동 통로를 차단해 신경 통증 자극을 줄여주는 약물이 희귀질환부터 일반 통증질환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금은 1000만크로나(약 13억5000만원)다. 두 명의 수상자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 시상식은 매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선아/최지원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