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왕족이 신분 과시의 상징으로 애완용 치타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밀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 시간)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약 20년간 치타 보호를 위해 일해온 독립 야생동물 전문가인 퍼트리샤 트리코라체는 '사이언스 다이렉트'에 공개한 데이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2010∼2019년 불법 밀수된 치타 3600마리의 60%가 사우디로 넘어갔다. 치타 가격은 통상 5000파운드(약 8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새끼나 암컷이 최고가에 팔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생 치타의 개체 수는 20세기 초 약 10만 마리에서 최근 7000마리까지 감소했다. 이에 '멸종 위기에 처한 야행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은 치타를 멸종위기종 목록에 올렸다. 1975년 이후 국제적으로 치타를 사고파는 것은 금지됐지만,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서 치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트리코라체는 "거의 매주 치타가 사우디로 밀수된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라면서 "왕족들은 이국적인 동물을 수집하려는 경향이 있고, 보통 사람들 또한 신분의 상징으로 이를 모방하려 한다"라고 비판했다.
애완용 치타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도록 이빨과 손톱 등이 제거된다. 나아가 사람들 손에서 한 살이 되기 전에 죽는 경우도 많다. 트리코라체는 "치타가 매우 어릴 때 죽으면서 그들은 더 많은 치타를 사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애완용 치타를 키우는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물을 올리면서, 이를 과시하고 있다. 이는 애완용 치타에 대한 붐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야생동물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최근 사우디 남성이 애완용 사자에 공격받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SNS에는 10세 소녀가 애완용 치타를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내용의 영상이 게재돼 논란이 됐다.
한편, 사우디에서는 해외 동물 소유가 적발될 경우 최대 590만 파운드(한화 약 95억 원)의 벌금과 최대 10년형이 부과될 수 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