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주요 관광지인 인공섬 블루워터 아일랜드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의 시선은 섬 중앙에 우뚝 솟은 높이 250m의 대관람차 아인 두바이에 쏠려 있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과 맞먹는 높이의 아인 두바이는 1일 개막한 ‘2020 두바이 엑스포’의 성공을 위해 두바이가 야심차게 준비한 새 랜드마크다.
이미 높이 829m의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와 7성급 초호화 호텔 부르즈 알 아랍을 보유한 두바이 시내 곳곳에는 마천루가 속속 들어서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있다. 엑스포를 계기로 코로나를 극복한 글로벌 관광도시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한번 개벽하는 두바이
두바이가 이번 엑스포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는 부르즈 할리파가 있는 도심에서 40㎞가량 떨어진 엑스포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수년 전만 해도 황량했던 163층의 부르즈 할리파 인근은 족히 60~70층은 돼 보이는 고층 빌딩 4개가 막바지 공사에 한창이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산업지대였던 제벨알리 해변에는 초호화 호텔과 리조트들이 늘어섰다. 아인 두바이와 야자수 모양의 세계 최대 인공섬 팜 주메이라, 이슬람 경전 코란을 펼친 V자 형상으로 지은 세계 최대 크기의 무함마드 빈 라시드 도서관 등 또 다른 ‘세계 최대’ 랜드마크가 줄줄이 들어섰다. 두바이가 ‘제2의 천지개벽’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를 단순히 산유국의 ‘허세’로만 보긴 힘들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하늘길이 막히고, 야심차게 준비한 엑스포마저 연기되며 어려움을 겪은 두바이는 관광객 수가 70% 이상 줄어드는 위기 속에서도 목표했던 랜드마크 건설 프로젝트 대부분을 끝마쳤다.
UAE는 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려 하루 수천 명에 달했던 확진자 수를 200명대로 떨어뜨렸다. 석유산업의 중심인 아부다비와 함께 UAE 경제를 떠받치는 두바이를 엑스포를 계기로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잇는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산업 중심지로 거듭나게 한다는 구상이다. KOTRA 관계자는 “현재 두바이 시내 주요 호텔은 글로벌 팬데믹 재확산이 무색할 정도로 예약이 꽉 찬 상태”라며 “두바이로서도 상당한 모험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유국에서 수소국으로 변모UAE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석유 등 화석연료 산업에 편중된 경제 구조를 태양광, 풍력, 원자력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 중심으로 바꾸는 모험이다.
2017년 UAE는 ‘2050 에너지 전략’ 발표를 통해 ‘탄소중립’ 경제 전환을 선언했다. 친환경 에너지원의 기여도를 당시 25%에서 2050년까지 50%로 확대하고 탄소 배출량을 70% 줄이기 위해 장기적으로 총 1630억달러를 단계적으로 투입한다는 것이 골자다.
청정 에너지원 구축을 통해 UAE는 석유·가스, 관광, 금융에 이어 제조업을 새로운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한국의 두 배에 달하는 일사량을 바탕으로 생산한 무탄소 에너지를 활용해 차세대 연료원인 청정 수소를 생산하고, 석유화학·철강·알루미늄 등 기존에 영위하던 제조업을 친환경 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지에선 UAE의 변신이 한국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정수소 생산의 최적지인 UAE와 석유화학, 철강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한국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타니 알 제유디 UAE 경제부 대외무역특임장관은 1일 두바이 엑스포 한국관 개막식에 참석해 “신재생에너지와 첨단 기술을 아우르는 양국 간 협력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길 기대한다”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데 양국 사이에 거대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양기모 KOTRA 중동지역 본부장은 “UAE는 다른 중동 국가보다 더 빠르게 산업 구조를 재편 중”이라며 “수소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