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직원 뇌물에 대통령이 사퇴하나" vs "이재명·유동규 경제공동체 냄새난다"

입력 2021-10-04 17:24
수정 2021-10-05 01:59

이재명 경기지사는 4일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자 “지휘하던 직원이 제가 소관한 사무에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뒤 나온 첫 유감 표명이다. 이 지사는 그러나 “한전 직원이 뇌물을 받고, 부정행위를 하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며 야당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재명 “국민 소외감 이해”이 지사는 이날 서울 명동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민간 개발이익이 과도해서 국민이 소외감과 상실감을 느낀 것으로 이해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지사는 “성남시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에 대한 관리 책임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제게 있는 게 맞다”며 “살피고 또 살폈지만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지사는 유감 표시를 하면서도 직접적인 사과는 하지 않았다.

이 지사는 이번 사태가 유 전 본부장 개인의 일탈로 비롯된 것이란 인식을 드러냈다. 이 지사는 “도지사가 직접 지휘하는 2만~3만 명의 직원이 부정행위를 하면 제가 관리를 잘못했으니 (후보에서) 사퇴하라는 건 지나치다”며 “제가 뭘 잘못했으면 당연히 책임지겠지만 (유 전 본부장 건은) 관리 책임을 도덕적으로 지겠다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휘하 직원의 일탈에 대해 사퇴하면 대한민국 모든 공직자가 다 사퇴해야 한다”며 “한전 직원이 뇌물을 받고, 부정행위를 하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노벨이 화약을 발명하고 설계했다고 해서 알카에다 9·11테러 설계자는 아니다”며 “도둑이 경찰 더러 왜 도둑을 강력하게 못 막았냐고 비난하는 건 적반하장”이라고도 했다. 李 “유동규 측근 아냐”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의 측근이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유 전 본부장이 선거를 도와준 건 사실이고, 조직 관리 역량이 있어서 시설관리공단에 들어왔다가 공사로 바뀌면서 원래 하던 직무를 했다”며 “이후 도지사 선거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현재 (대선) 캠프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고, 지난해 말 일방적으로 사표를 내고 나갔다”고 강조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내세워 온 이 지사가 의혹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이 구속된 뒤 유감 표시를 한 것은 적어도 직원 관리에 대한 책임론은 면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지금까지 경선에서 이 지사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서울·경기 경선에서는 대장동 의혹이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작지 않다. 野 “권순일도 고발 조치”국민의힘은 이 지사를 향해 경기지사와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간담회를 열고 “모든 정황과 증거가 몸통 이재명을 향해 집중되고 있다”며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권순일 전 대법관이 이 지사 구명 과정에서 적극 의견을 나타냈다는 것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사후 수뢰 혐의로 권 전 대법관을 고발 조치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검찰의 유동규에 대한 압수수색은 황제 압수수색”이라며 특검을 재차 요구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을 최순실 씨에게 비유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비선을 막지 못해 탄핵됐다”며 “비선과 대통령을 경제공동체로 봐서 탄핵한 것이 5년도 채 안 됐다”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이 지사와 유 전 본부장이 경제공동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김어준 씨 표현대로 냄새가 난다”며 긍정했다.

김용남 윤석열 캠프 대변인은 “이 지사가 종전 자신의 주장을 계속할 경우에는 먼저 구속된 유동규 씨와 함께 업무상 배임죄 공범으로서의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며 “수천억원의 배임 액수에 비춰 무기징역형을 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 지사가 이제는 국민을 향해 돼지라고 한다”며 “그렇게 부끄러움이 없고 정말 잘못도 없다면 특검 수사를 받으라”고 압박했다.

조미현/이동훈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