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상승장에서 ‘투자의 정석’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었다. ‘급등주’가 속출했기 때문에 종목만 잘 고르면 하루에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연 5%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노리는 금융, 에너지 등 방어주들이 외면받은 까닭이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3000선까지 급락하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은 4분기 유망 업종으로 금융, 에너지, 항공을 지목했다. 기존 주도주였던 바이오, 게임, 반도체는 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왔다.
4분기 업종별 대응법은?한국경제신문이 ‘한경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 국내 22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112명을 설문한 결과 4분기 조정 우려가 큰 업종으로 바이오(비중 38.4%), 인터넷·게임(20.5%), 반도체(17.9%)가 지목됐다. 테이퍼링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업종별로 악재가 겹쳤다는 분석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최선호 업종으로 금융(36.6%), 에너지(19.6%), 항공(24.1%)을 제시했다. 은행 보험 등 금융은 높은 배당수익률과 금리 상승에 따른 수혜 가능성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에너지와 항공은 리오프닝(경기 재개)에 따라 원유와 여객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차전지 업종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응답자의 25.9%는 4분기 유망 업종으로 꼽았지만 21.4%는 조정 우려가 큰 업종으로 지목했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다는 시각과 가파른 성장이 가격 부담을 상쇄할 것이란 의견이 교차했다. 2차전지를 추천한 한 펀드매니저는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성장 스토리가 계속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원유 선호도 높아져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을 줄일 것이라고 답한 펀드매니저도 늘어났다. 3분기에는 응답자의 17.4%만 주식 비중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4분기에는 펀드매니저의 20.5%가 주식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분기에 주식 비중을 이미 줄였다는 펀드매니저는 28.6%에 달했다.
자산군별 선호도도 바뀌었다. 3분기 설문에서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 자산군은 선진국 주식(41.7%), 국내 주식(22.7%), 신흥국 주식(13.6%) 순이었다. 4분기 설문에서는 이 수치가 차례대로 26.8%, 16.1%, 9.8%로 낮아졌다. 세 항목을 합한 주식 전반의 선호도도 78%에서 52.7%로 하락했다.
주식이 줄어든 자리에는 달러와 원유가 들어왔다. 3분기 미국 달러를 선호한 펀드매니저는 9.8%였는데 4분기에는 비중이 17.9%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원유를 꼽은 비중도 4.5%에서 10.7%로 급증했다. 천연가스 등 기타 원자재를 꼽은 응답자도 3%에서 8%로 늘었다. 방망이 짧게 잡고 투자해야펀드매니저들은 4분기 목표수익률을 낮게 잡으라고 조언했다. 테이퍼링이 본격화하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공격적 매매를 자제하라는 것이다. 응답자의 58%가 4분기 목표수익률을 0~5%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3명 중 한 명은 6~10%를 목표로 삼았다.
두 자릿수인 11% 이상을 목표로 한 비중은 12.5%에 불과했다. 30% 이상을 목표 수익률로 잡은 사람은 단 한 명(0.9%)이었다. 이유는 증시의 상단이 제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의 85%는 코스피지수가 전고점(3300)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4분기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국 금리 상승(54.5%), 테이퍼링(50.0%), 원자재 가격 상승(29.5%)을 지목했다. 실적 피크아웃(18.8%), 원·달러 환율(14.3%), 중국 부동산 리스크(13.4%)가 문제될 것이라고 답한 사람도 많았다.
코로나19 상황은 더 이상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증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11.6%에 그쳤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충격을 줄 것이라고 답한 비중은 8.9%로 집계됐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