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인 지놈앤컴퍼니가 자폐증 치료 신약의 임상 1상을 연내 마무리하고 기술 수출에 나서기로 했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사진)는 “자폐증 치료 신약 후보물질 ‘SB-121’의 미국 임상 1상을 연내 완료할 계획”이라며 “내년 초에는 임상 1상 결과를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기술 수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달 미국 자회사인 사이오토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미 신시내티 어린이병원에서 임상 1상의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연내 16명의 환자에게 투약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 회사가 임상 속도를 높이는 이유는 현재 자폐증 치료제 분야가 ‘주인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자폐증은 세계적으로 160명의 아동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 그러나 뚜렷한 치료제가 없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자폐증 약물은 조현병, 양극성 장애 등 신경정신 질환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항정신병 약물이다.
배 대표는 “이런 약물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일시적으로 고쳐줄 수 있는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이 심해 장기적으로 복용하기가 어렵다”며 “SB-121은 이런 단점을 보완한 혁신 신약이 될 것”이라고 했다.
SB-121은 옥시토신의 분비를 자극하는 장내 미생물인 ‘락토바실러스 루테리’ 균주를 이용한다. 건강한 산모의 모유에서 추출한 미생물이다. 2000년대부터 여러 연구를 통해 자폐증 환자의 문제 행동에 옥시토신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여러 글로벌 제약사가 옥시토신과 유사 계열인 바소프레신을 약물로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시판이 허가된 것은 없다. 반감기가 짧고 뇌까지 약물을 전달하기가 어려워서다. 배 대표는 “SB-121은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오랜 시간 효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B-121에는 사이오토바이오사이언스의 ABT 플랫폼 기술이 적용됐다. ABT 플랫폼은 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캡슐 안에 균과 균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인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넣어주는 기술이다.
배 대표는 “장까지 활성을 유지하며 미생물이 이동할 수 있다”며 “적은 용량으로도 뛰어난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