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조합이 기존 가구에 주거이전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보상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조합 측에서 손실보상금을 공탁했다고 해도 주거이전비에 대한 수용재결 신청을 하거나 지급하지 않았다면 손실보상이 완료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B씨는 A조합의 사업구역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 대상자가 됐다. 재개발 조합이 현금청산 대상자의 부동산을 취득하려면 소유주와 보상금 협의를 하거나 소유주 청구에 따라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보상금을 책정하는 ‘수용재결’을 신청해야 한다. 이에 A조합은 수용 재결을 신청했고 재결에 따라 손실보상금 4억9000여만원을 공탁했다. 그런데 B씨는 수용개시일인 2018년 5월 11일 이후에도 건물을 계속 사용했다. A조합은 B씨를 상대로 “건물 사용에 따른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B씨는 “A 조합이 거주이전비를 지급하지 않아 건물을 내줄 수 없다”고 맞섰다.
1·2심은 조합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비록 주거이전비를 받지 못해도 B씨의 부동산 인도 의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B씨가 수용개시일 이후 받은 임대료 1700만원을 A조합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B씨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 조합이 손실보상금을 공탁했다고 해도 주거 이전비에 대해 수용 재결 신청을 하거나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손실보상이 완료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