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임금을 사업주 대신 국가가 지급하는 ‘체당금’의 재원인 임금채권보장기금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가가 사업주로부터 체불임금을 받아내는 비율(회수율)이 20%대에 그친 탓이다.
3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입수한 체당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채권보장기금 수지는 1248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2019년(308억원 적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작년 적자 규모가 커진 것은 2019년 체당금 제도를 확대해 소액체당금 상한액이 4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높아졌고, 코로나19 사태로 임금체불 건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체당금 지급액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체당금 지급액은 지난달 기준 35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지급액(5796억원)의 60%를 넘어섰다. 문제는 체불임금 회수 실적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체불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임금 채권을 대신 청구(대위행사)해 변제금을 회수해야 한다. 그런데 회수율은 2018년 26.2%, 2019년 24.8%에 이어 지난해 21.1%에 불과했다.
이달부터는 체불 회사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도 소액체당금을 지급하기로 해 회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퇴직근로자와 달리 재직자의 임금 채권은 법적으로 최우선 변제 대상이 아니다. 사업주가 다른 여러 곳에 채무를 지고 있는 경우 임금 채권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하청업체 체불 시 원청업체에도 변제금 회수 의무를 부여하는 등 회수율을 높이는 제도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