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마존이 투자했다는 이유로 ‘아마존 전기차’라 불리는 리비안(RIVIAN)이 뉴욕증시에 상장한다는 소식이 국내 관련주를 달구고 있다. 리비안 밸류체인에 포함되는 국내 종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종목도 등장했다. 하지만 매출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주가가 단기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리비안 관련주 줄줄이 급등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시가총액 600억원대였던 자동차 부품 제조사 에코캡은 지난 1일 기준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1403억원을 기록했다. 이날도 29.74% 상승했다. 전날까진 2거래일 연속 상한가였다. 한 주(9월 27일~10월 1일)간 111.17% 급등하며 전형적인 과열 종목의 모습을 나타냈다. 에코캡은 미국 리비안에 배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네스’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 중 48.1%에 해당하는 180억원이 이 제품에서 나왔다.
또 다른 관련주로는 리비안에 친환경 시트를 공급하는 대원화성이 있다. 한 주 동안 42.90% 올랐다. 같은 기간 리비안에 2차전지 배터리 장비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우신시스템도 13.79% 상승했다. 전기차에 중요한 열관리시스템을 공급하는 세원도 13.53% 올랐다. 남성은 아마존의 차량용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 오토’를 탑재한 인포테인먼트 기기를 개발해 리비안에 공급할 것이란 기대로 한 주간 8.04% 상승했다. 북미 시장에 최적화된 전기차 생산‘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리비안은 북미 시장에 최적화된 전기차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이다. 2009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 출신인 RJ 스카린지가 설립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인정한 회사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지난 7월 리비안이 만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를 타고 첫 우주관광을 위해 반혼 발사대로 향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아마존은 아마존프라임 배송 차량을 위해 리비안 차량 10만 대를 선주문했다.
기존 전기차 스타트업과 달리 가장 미국적인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SUV와 픽업트럭이 주요 개발 제품이다. 두 종류의 전기 픽업트럭도 생산 중이다. 가격은 각각 6만7500달러(약8000만원), 7만달러(약 8300만원)다. 테슬라가 개발한 전기트럭 ‘사이버트럭’의 상위모델이 7만달러임을 고려하면 미국의 실질적 수요층인 픽업트럭 분야에서 테슬라의 경쟁자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리비안 직원 수는 3000명이다. 임원 중 상당수는 테슬라 출신이다. 외신에 따르면 리비안이 모은 투자액은 105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800억달러 이상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기아 시총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상장 예상 시기는 11월 중순이다. 단기과열 후 변동성 커질 듯국내 리비안 관련주에 단기적으로 관심이 몰리면서 주가가 급등한 만큼 당분간 변동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식으로 매수세가 몰렸던 중소형주들이 실제 매출은 기대에 못 미쳤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관련 스타트업들이 초기에는 일부 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지만 생산량을 늘리면서 공급망을 다변화하거나 내재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리비안 픽업트럭에 배터리를 공급한 삼성SDI는 당분간 진짜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리비안은 자체 배터리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테슬라와의 가격 경쟁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만도는 리비안에 전방 레이더와 카메라 등을 공급하고 있다. 만도가 자율주행 기능인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를 개발하는 만큼 리비안의 자율주행 관련 전략 변화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