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신작 게임 과금 체계를 이용자가 돈을 덜 써도 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하자 증권사들이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많은 돈을 쓰게 해 수익을 올리는 게 엔씨소프트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는데, 이를 포기하면 게이머들의 ‘민심’은 잡을 수 있겠지만 ‘수익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리니지W’ 쇼케이스를 통해 과금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지난달 30일 주가가 5.05% 올랐다. 하지만 다음날인 이달 1일 1.33% 하락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리니지W는 다음달 4일 출시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엔씨소프트의 최근 부진은 이용자들의 떠나간 민심에서 비롯됐다”며 “리니지W는 비즈니스모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유저들의 민심을 잡을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했다. 이어 “비즈니스모델을 수정한 만큼 리니지W의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은 기존 작들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며 “낮아진 ARPU 속에서 큰 폭의 흥행을 기록하려면 이용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 게임회사들은 주로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로 돈을 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을 무료로 배포하는 대신 아이템 등을 사지 않으면 게임 진행이 어렵도록 만들어 이용자의 결제를 유도한다. 증권가에선 리니지W의 게임성이 획기적으로 뛰어나지 않으면 많은 수익을 올릴 만큼 이용자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엔씨소프트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11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그럼에도 인건비는 14.6% 증가하는 등 영업비용이 1년 전에 비해 29.2% 늘었다.
지난 8월 엔씨소프트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춘 한국투자증권은 리니지W 쇼케이스 이후에도 이를 유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엔씨소프트가 8월 내놓은 ‘블레이드&소울2’의 흥행 부진 등을 반영해 지난 1일 목표주가를 78만원으로 16.1% 하향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