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어로 2000억 벌던 BTS, 막힌 K팝 해외 공연 길 뚫을까 [연계소문]

입력 2021-10-04 13:00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콘서트 개최지로 미국을 택했다. 팬데믹으로 월드투어가 연기 및 취소된 탓에 대면 만남이 간절했던 팬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소속사 하이브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오는 11월 27~28일, 12월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SoFi Stadium)에서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LA'를 개최한다. 약 2년 만에 여는 오프라인 공연 소식에 엔터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을 시작으로 막혔던 해외 공연의 길이 열리게 될지 기대감이 높다.

공연 티켓을 비롯해 MD 판매까지 직·간접 참여 매출이 동시에 발생하는 월드 투어는 K팝의 주요 수익원으로 꼽힌다.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 셀프'가 개최됐던 2019년 빅히트뮤직의 공연 매출은 1911억 원이었다. 그러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닥치며 지난해 34억 원으로 98%나 급감했다.

빅히트뮤직 관계자는 올 초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지난해 일부 아티스트들의 예정된 월드투어 등을 합하면 총 60회 이상이었기 때문에 취소된 공연들로부터 발생할 수 있었던 공연 매출은 2000억 원이 넘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한 비대면 콘서트, IP를 활용한 MD와 콘텐츠, 광고·출연료, 앨범 판매 등으로 월드 투어의 공백을 메꿨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프라인 공연에 대한 아티스트와 팬들의 갈증은 커졌다.

증권가는 이번 오프라인 공연 관련 매출을 약 370억 원으로 예상했다. 박하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연 영업 이익률을 5~8%로 추정하며 "오프라인 공연에서 파생되는 온라인 콘텐츠와 MD가 수익성을 견인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방탄소년단의 첫 공연 개최지로 국내가 아닌 미국이 낙점된 데에는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위드 코로나 전환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3, 4단계로 유지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행 거리두기 단계에서는 공식 등록 공연장이 아닌 야외 공간이나 체육시설 등에서는 공연이 금지된다. 즉 체육관, 컨벤션센터 등을 대관해 진행하는 대규모 콘서트나 야외 페스티벌 등은 개최를 공지했더라도 방역지침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큰 것이다. 지난 1일에도 정부가 서울·수도권의 거리두기 4단계를 2주 연장하기로 하면서 오는 16~17일, 23~24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그랜드민트페스티벌 2021'이 취소됐다.


반면, 영국을 필두로 미국, 영국, 덴마크, 싱가포르 등은 '위드 코로나' 체제로 속속 전환하며 일상 회복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시카고에서는 최대 규모 록 페스티벌 '롤라팔루자(Lollapalooza)'가 개최됐다. 관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페스티벌을 즐겼다. 이 밖에도 레이디 가가, 마룬5, 빌리 아일리시, 저스틴 비버 등의 글로벌 투어가 예정돼 있으며, 방탄소년단의 콘서트가 진행될 LA의 소파이 스타디움에서는 오는 10월 영국 출신 록밴드 롤링스톤스 등의 공연이 열린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1위 공연 회사인 라이브네이션의 올해 2분기 공연 수는 1684개로 전분기 대비 1000개 이상 늘었고, 관객 수도 전분기 1700만 명에서 4900만 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북미 공연 횟수가 전분기 300개에서 1124개로 대폭 늘었다"며 "북미에서의 백신 접종률 상승으로 경제 정상화 기대감이 확산됨에 따라 하반기, 그리고 내년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공연 시장의 경우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대규모 콘서트 및 페스티벌들이 거리두기 규제 앞에서 번번이 취소를 결정해야 했던 바,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게 대다수 엔터 관계자들의 의견이었다.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일단 공연을 열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해외로 먼저 눈을 돌리고 있다.

또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공연 개최가 가능해지더라도 그 범위나 방식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고기호 부회장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이 된다면 그 안에서 어떤 수준으로 공연이 가능한 것인지, 확진자 조절이 안 된다고 해서 다시 이전처럼 지침이 바뀌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뮤지컬, 연극 등과 달리 대중음악공연은 그간의 방역지침으로 더 심한 제한을 받으면서 위험하다는 오해와 편견이 생겼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이 된다고 하더라도 대중공연에 대한 소비 위축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가 숙제인 것 같다"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