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부터 선박에 이르기까지 공급 부족 현상이 인플레이션을 고착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같이 전했다. 전 부문에 걸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총체적 난국이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킨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는 반도체 품귀 현상이다. 이른바 ‘칩플레이션’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신차 생산이 줄면서 중고차 가격도 뛰어오르고 있다. 미국 중고차 경매업체 카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8월 평균 중고차 도매가는 1만4712달러로 전달보다 3.2%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8월에 비해선 30% 이상 뛰었다.
수요 급증으로 원유, 천연가스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천연가스 가격은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같은 날 서부텍사스원유(WTI)는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가스플레이션’은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각국이 친환경 기조로 전환하면서 원유, 천연가스 등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에너지원 생산을 제한한 탓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그린플레이션’으로 설명되고 있다.
식탁 물가도 올랐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에 따르면 8월 세계 식량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올랐다. 투자은행 JP모간은 ‘푸드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운송 비용 증가 등을 지목했다.
근로자 임금도 오르고 있다. 8월 미국의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예상치보다 두 배 높은 0.6%로 집계됐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