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대표에 '명품 MD' 출신 손영식…1년 만에 재발탁

입력 2021-10-01 18:01
수정 2021-10-02 01:21

신세계그룹이 1일 차정호 ㈜신세계 대표를 백화점 부문 대표로 이동시키는 등 그룹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백화점 부문은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의 직할 ‘전략실’이다. 신세계백화점과 계열 4개사의 미래 전략을 짜는 것이 주요 임무다. 차 대표가 맡았던 자리엔 신세계디에프 대표를 마지막으로 1년 전 그룹을 떠난 손영식 대표가 재발탁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 임원 인사를 동시에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백화점 부문의 전략 역량을 강화한 것이다. 부사장급에서 사장급으로 격상된 백화점 부문은 올 상반기 신세계백화점의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보다 194%(1086억원, 별도 기준) 늘리는 등 정 총괄사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차 대표가 맡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때 외부에선 차 대표가 ‘미스터 쓴소리’라는 평가 탓에 경질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며 “이번 인사를 통해 신세계그룹이 견제와 균형을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신세계백화점을 책임지는 ㈜신세계 수장에 손 대표를 다시 불러들인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손 대표는 신세계의 면세점 사업을 총괄하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사임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손 대표는 그룹 내에서 강한 추진력의 소유자로 정평이 나 있다”며 “능력을 중시하겠다는 그룹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럭셔리 상품 전문가다. 백화점 근무 시절 MD(상품기획) 잡화팀장, 상품본부장, 패션본부장 등을 거쳤다. 명품을 오랜 기간 담당한 업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명품 MD는 백화점이 ‘갑’으로 통하던 시절에도 브랜드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쉽게 교체하지 않던 자리다. 백화점들이 점점 더 고급화한 상품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차별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사라는 평가다.

신세계까사 대표에 e커머스(전자상거래) 전문가인 최문석 대표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최 신임 대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한 컨설턴트 출신이다. 버거킹 한국지사장, 이베이코리아 부사장, 여기어때컴퍼니 대표 등을 거쳤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코스메틱 부문 이길한 대표가 패션 부문을 함께 담당하는 총괄대표로 내정됐다.

지난해 대규모 임원 인사를 실시한 이마트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쓱닷컴 대표 겸직)를 재신임하는 등 조직 안정에 무게를 뒀다. 다만 신세계푸드 브랜드마케팅담당과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조선팰리스서울강남호텔 총지배인 등 임원 13명을 외부에서 영입해 다양성을 강화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