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통업계가 ‘3중고’를 겪고 있다. 연말 쇼핑 대목을 앞두고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제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운송비부터 임금까지 물가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오프라인 매장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생활용품업체 베드배스앤드비욘드(사진) 주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22.14% 하락했다. 2분기(6~8월) 성적이 부진했던 것은 물론 다음 분기 실적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2분기 매출은 19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주당순이익(EPS)은 4센트로, 시장 예상치인 52센트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회사 측은 공급망 문제를 실적 둔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마크 트리톤 베드배스앤드비욘드 최고경영자(CEO)는 “산업 전반의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았다”며 “그 속도가 빨라 관련 비용 증가분을 가격과 마진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백화점 체인 콜스에 대한 투자의견도 두 단계나 낮췄다. 콜스는 스포츠 용품에 특화돼 있는데 나이키, 언더아머, 아디다스 등 콜스에서 많이 팔리는 브랜드들이 공급망 혼란으로 제품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콜스 목표주가를 75달러에서 48달러로 낮춰 잡았다. 콜스는 이날 12.24% 하락한 47.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백화점 체인인 노드스트롬과 메이시스 주가도 각각 8.98%, 8.50% 하락했다. 유통업계 주가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판매 가격에 반영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미국판 ‘다이소’인 달러트리는 지난달 29일 모든 상품 가격을 ‘1달러’로 고수하는 전략을 수정하기로 했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낮은 가격을 고수하기가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마이클 위틴스키 달러트리 CEO는 “현재 경제 환경에서 가격을 조정할 필요성이 생겼다”며 “우리 모두가 임금, 운송, 공급업체발(發) 비용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 변화를 발표했던 29일 이 회사 주가는 16.49%나 급등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