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 2030 개발팀 "MZ세대 믿어준 사장님 격려가 만든 카드죠"

입력 2021-09-30 18:32
수정 2021-09-30 23:40

비씨카드는 올해 ‘시발(始發)카드’와 ‘블랙핑크 카드’ ‘케이뱅크 심플카드’ 등을 연달아 선보였다. 다소 도발적인 작명과 인기 아이돌 그룹과의 제휴, 단순하지만 실속 있는 혜택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들 카드 모두 비씨카드의 2030세대 직원들이 기획을 주도해 히트했다는 점도 덩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9월 출시된 시발카드는 입사 3년차 부서 막내인 상품개발팀 이소정 계장(29)의 머리에서 나왔다. 이 계장은 유튜브 댓글과 데이터 등을 살펴보며 젊은 직장인들이 ‘시발비용(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소비)’이란 신조어에 재미와 공감을 느끼는 것을 발견했다. 이 계장은 “소비자한테 각인될 수 있는 ‘네이밍’이 일단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팀원들도 기존 카드와 비슷한 상품으론 승부가 안 된다며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시발카드 기획안은 이렇게 탄생했다.

욕설이 연상되는 이름이다 보니 회사 내부에선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신선하고 재밌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직장인의 생활 속 이야기를 그리는 유튜브 프로그램 ‘워크맨’과 제휴한 것과 사직서 디자인의 카드를 선보인 것도 2030세대 사이에서 회자가 됐다. “직장인이라면 항상 가슴 속에 사직서를 품고 다녀야지”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아이돌 그룹의 사진을 카드 전면에 내세운 카드는 기존에도 존재했다. 정우익 상품개발팀 대리(35)는 차별화된 카드를 만들기 위해 30여 명의 사내 2030 직원들로 구성된 ‘MZ세대 서포터즈’의 의견을 수렴하고 팬클럽 임원들과 수차례 미팅을 하는 등 고민을 거듭했다. 고민의 결과물이 7월 출시된 블랙핑크 카드다. 해외 팬들도 이 카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비씨카드는 블랙핑크 카드 지식재산권(IP)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카드 리셀’을 준비 중이다.

심플카드는 전월 실적 조건이나 할인 한도 제한 없이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등 6대 생활밀착 영역에서 1.5% 할인 혜택을 주는 단순한 혜택 구조를 갖고 있다. 심플카드를 기획한 변수연 카드사업기획팀 과장(39)은 “조건과 한도, 할인 혜택이 적용되는 브랜드 등을 복잡하게 계산하지 않고 편리하게 카드를 쓰고 싶어 하는 MZ세대의 특징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신상품 개발이라는 중책을 젊은 직원들이 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원석 사장의 전폭적 지지가 있었다. 최 사장은 농담조로 임원이나 본부장들한테 “의견을 내지 말라”고 말하며 젊은 직원들의 생각을 존중해 준다. 이 계장은 “원스틴(최 사장의 영어이름)이 ‘저와 팀원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이 맞을 것’이라며 격려해준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