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비대면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은행들이 IRP 수수료를 낮추는 경쟁을 벌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대형은행이 수수료 ‘제로(0)’를 처음 선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은행은 인터넷뱅킹과 모바일 앱 우리WON뱅킹으로 IRP에 가입하는 금융 소비자에게 매년 적립금의 0.2~0.35%가량을 떼가던 운용·관리보수를 전면 받지 않기로 했다고 30일 발표했다. 기존에 우리은행 IRP계좌를 보유한 소비자에게도 10월부터 수수료를 완전히 면제할 예정이다.
IRP는 운용 방식을 가입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진국형 개인연금이다. 회사 퇴직 후 퇴직금을 IRP계좌로 받을 수 있고, 추가로 부을 수도 있다. 연금저축과 합쳐 납입금 연 700만원에 대해 최대 115만5000만원까지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1인당 한 금융사만 가입이 가능하다.
지난 6월 기준 국내 IRP계좌 적립금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를 합쳐 총 41조원 규모다. 그런데 상반기부터 증권사들이 속속 ‘수수료 제로’를 내걸면서 은행과 보험사 IRP가입자들이 증권사로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은행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증권사로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IRP 가입이 몰리는 연말을 준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IRP 신규 가입 및 납입은 세금 정산을 앞둔 연말에 많다. 최근 IRP 규모가 작은 부산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들이 잇따라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한 가운데, 우리은행에 이어 다른 대형은행이 ‘수수료 제로 경쟁’에 뛰어들지 주목된다.
우리은행은 10월부터 연말까지 비대면으로 IRP에 새로 가입한 금융소비자에게 경품을 주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IRP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세액공제 혜택만큼의 수익률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금융업권, 금융사 간 가입자 쟁탈전도 치열해지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