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화학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 신약에 대해 중국 내 시판허가를 받았다고 30일 발표했다. 국내 연구소가 개발한 신약이 다른 나라에서 허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학연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치료 후보물질 'KM023'이 중국 내 임상 1~3상을 거쳐 지난 6월 시판허가를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코스닥 상장사 카이노스메드가 2012년 화학연으로부터 기술이전받은 물질이다. 카이노스메드는 2014년 중국 제약사 장수아이디에게 해당 물질 판권을 넘기고 임상을 진행해왔다.
화학연에 따르면 KM023은 HIV의 리보핵산(RNA) 정보를 데옥시리보핵산(DNA)으로 전환시키는 역전사효소를 막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HIV 바이러스 증식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는 얘기다.
화학연 관계자는 "중국 임상 결과 신경정신계통의 부작용이 적고 유전적 독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루에 한 번 경구투여할 수 있으며, 다른 약과 병용 투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그동안 전세계에서 AIDS로 인한 사망자 수는 3000만여 명에 이른다. 2018년엔 신규 환자 170만명이 발생했으며, 이 중 125만명이 중국에서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AIDS 치료제 글로벌 시장은 16~17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70% 이상을 길리어드 등 다국적제약사가 차지하고 있다. AIDS 치료제는 여러 약을 복합 투여하는 칵테일 요법으로 처방한다.
이번에 중국 시판허가를 받은 AIDS 치료 후보물질 KM023은 1987년부터 2013년까지 화학연에서 일한 손종찬 전 책임연구원이 개발했다. 손 전 연구원은 이날 세종 과기정통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뒷이야기를 전했다. 2006년 길리어드는 1995년부터 AIDS 치료제를 개발하던 손 전 연구원측에 후보물질 발굴 대가로 100만달러 선급금을 주면서 공동연구 제안을 했다. 그리고 2년 뒤인 2008년 화학연이 KM023을 발굴했으나, 돌연 이 물질 도입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연구원은 "전임상을 마치고 임상 1상에 착수하려 했으나, 길리어드가 다른 곳의 후보물질 임상 단계가 3상으로 더 빠른 것을 안 뒤로는 (KM023을) 바로 포기하고 그쪽으로 갔다"며 "특허 등을 모두 되돌려받았는데 이후 임상을 진행할 곳을 찾다 카이노스메드가 이를 맡겠다고 제안해왔다"고 말했다. 카이노스메드는 이후 임상 1상을 마친 뒤 2012년 KM023을 화학연으로부터 이전받았다.
이해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