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접촉 사고에도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더 타내기 위해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는 '나이롱 환자'가 앞으로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2023년 1월부터 경상환자에 대해 '치료비 과실책임주의'가 도입되고 4주 이상 치료를 받을 경우 진단서 제출이 의무화되는 등 보험금 지급 절차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30일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험개발원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자동차보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경상환자의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해 2023년 1월부터 치료비 과실책임주의를 도입하고 장기 치료시 진단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지금은 현재 교통사고 발생시 과실 비율과 무관(100대 0 사고 제외)하게 상대방 보험사에서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차선변경으로 접촉 사고가 발생했을 때 차선변경 차량 A(과실 80%)의 탑승자가 병원비 200만원을 지출하고 직진 차량 B(과실 20%)에서는 탑승자가 전혀 치료를 받지 않았더라도 병원비 200만원은 전부 B의 보험사에서 전액 부담하는 구조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과실책임주의가 대물 보상에만 적용되다 보니 고과실자의 치료비가 저과실자에게 전가되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앞으로는 대인 보상에도 과실책임주의 원칙을 적용해 경상환자(12~14등급)의 치료비 중 본인 과실 부분은 본인 보험으로 처리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렇게 될 경우 과잉 진료가 줄면서 약 5400억원의 진료비가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1인당 평균 보험료 부담을 약 2만~3만원 가량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현재까지는 진단서가 없더라도 기간 제한 없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4주 이상 장기 치료땐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가령 과거에는 가벼운 후미 충돌(범퍼 수리비 30만원) 사고에 따른 단순 염좌에 대해 약 10개월 간 치료를 받고 500만원의 보험금을 타간 사례도 있었으나 앞으로는 진단서상 치료 기간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경상환자 치료비 과실책임주의 도입과 4주 초과 장기 치료시 진단서 제출 의무화 등은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한 만큼 내년 보험사 표준약관 개정 이후 유예기간을 거쳐 2023년 1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교통사고 한방 진료비를 줄이기 위해 상급병실 입원료에 대해 상한선을 설정하고 한방 분야 진료수가 기준에 대해서도 향후 연구용역 등을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실제 경상환자 치료비 가운데 한방의 비중은 2016년 45.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73.3%로 수직 상승했다. 경상환자 치료비에 따른 보험금 지급액도 2016년 1조9302억원에서 지난해 2조9092억원으로 50% 급증했다.
금융위 측은 "지난 5년간 경상환자와 한방치료비의 가파른 증가세가 전체 보험금 지출 급증을 견인한 가장 큰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아울러 부부 특약시 배우자의 무사고 경력을 인정하고 군복무 예정자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경우 병사 급여를 상실소득액으로 간주하는 등 각종 국민 편익 증진 방안도 마련했다.
또 고속도로 판스프링 사고 등 차량 낙하물에 따른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피해자가 모든 손해를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정부 보장 사업에 '차량 낙하물 사고'를 추가함으로써 피해자 보호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