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달 초부터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형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하며 올해 여섯 번째 무력도발에 나선지 하루 만이다. 북한이 대북 제재 해제 등에 있어 한국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무력도발과 유화 메시지를 번갈아내는 대남(對南) 강온전략에 나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경색돼 있는 현 북남 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조선반도(한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남북) 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개인적인 견해”라며 연락채널 복원에 대해 언급한지 나흘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먼저 요구했다. 김정은은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한 요구”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라 표현한 문 대통령 발언을 의식한듯 “우리는 남조선을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고 주장도 내놨다. 이어 훈수 두듯 “남조선은 북조선(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심한 위기의식, 피해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향해선 “새 미 행정부의 출현 이후 지난 8개월 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것이 없다”며 적개심을 드러냈다. 특히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겨냥한듯 “미국과 남조선이 도를 넘는 우려스러운 무력증강, 동맹군사활동을 벌이며 조선반도 주변의 안정과 균형을 파괴시키고 북남 사이에 더욱 복잡한 충돌 위험들을 야기시키고 있는 데 대하여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역대 미 행정부들이 추구해 온 적대시 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잇달아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던 중 대남 유화 메시지를 발표했다. 북한은 이달 들어서만 세 번의 미사일 도발에 나섰다. 지난 11~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한데 이어 15일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지난 28일에는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했다.
김정은은 이날 “조선반도 지역의 불안정한 군사적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준동을 철저히 억제할 수 있는 위력한 새 무기체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무력 도발에 대한 정당화하는 동시에 통신연락선 복원 등을 언급했다. ‘강온양면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북한은 이날 최고인민회의에서 김덕훈 내각총리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김여정과 조용원 당 조직비서, 박정천 당 비서 등을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