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가능성과 위험을 바라보는 석학들의 시선

입력 2021-10-14 06:00
엣지 재단의 존 브록만은 지식의 지휘자 또는 문화 기획자라고 부르는 게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가 설립한 엣지 재단은 기술과 과학 분야의 리딩 엣지 사상가를 연결해 그들의 생각을 엮고 이를 책 형태로 출간하는 일을 한다. 이미 생명, 마인드, 우주, 종교 등 이 시대의 가장 큰 주제를 갖고 수십 명의 뛰어난 학자와 사상가들의 생각을 묶어서 책으로 출간해, 수준 높은 지적 담론을 이끌어 왔다. 참여자 글은 대부분 15페이지를 넘지 않는 분량의 에세이 스타일이라 어느 챕터를 먼저 읽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 또 큰 장점이다.

그가 2019년에 던진 주제는 인공지능이며, 이를 위해 1948년 ‘사이버네틱스’라는 용어를 도입한 위대한 학자 노버트 위너를 도입해 각 사람들의 생각을 엮었다. 노버트 위너는 ‘사이버네틱스’를 출판한 후 2년 뒤 1950년에 기술과 인간 사회에 대한 또 다른 역작 ‘인간의 인간적 활용’이라는 책을 통해 신기술이 불러올 결과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이를 ‘기계 정부를 통한 신파시즘의 위협’으로 예측하면서 맹목적인 기술 낙관주의에 경고를 했다. (아쉽게도 이 책은 국내에서 절판되어 지금은 구할 수가 없다.)

존 브록만은 2016년 9월 이 책의 주요 저자와 모여 ‘파서블 마인드 프로젝트’를 결성하고 25명의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는 학자들에게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 사회 의미와 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줄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특히 노버트 위너의 사이버네틱스와 ‘인간의 인간적 활용’에서 표현한 그의 견해에 대한 저자들이 갖고 있는 시각을 표출하도록 했다. 브록만이 요청한 것은 디지털 인공지능 담론을 다루면서 ‘투시주의’를 발휘하자고 했고, 각각의 챕터는 저자 나름대로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얘기한다.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컴퓨터 과학이나 인공지능 연구자, 로봇 공학자, 철학자, 물리학자, 심리학자, 분자 생물학자, 미술사가 및 큐레이터, 저술가, 과학사가, 유전공학자, 발명가 등 다양한 분야의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각 챕터에는 존 브록만이 각 저자와의 인연이나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그의 기본 입장이 어떤 것인지 살짝 소개한다. 저자들 중에는 인공지능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도 있고, 매우 낙관적으로 보거나 실제 우려할 수준의 기술 개발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으며, 인공지능의 시민 권리에 대해서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 서적이나 논쟁적 책이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다. 최고 지성의 시각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서 내 생각과 얼마나 같고 다른 지 살펴보는 시간을 인공지능 연구자들에게는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일독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책과얽힘

국내에서 보기 드문 과학기술 전문 큐레이팅 책방이다.서울 강남구청역 인근에 있다. 기술과 정책 전문가들이 수시로 모이는 사회적 공간, 커뮤니티 역할도 하고 있다. 모든 책은 공학박사인 주인장(한상기)이 엄선해 판매한다. 페이스북에서 책과얽힘을 검색해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