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뇌 먹는 아메바’로 인한 사망자가 또 발생했다.
29일 AP통신은 텍사스주 알링턴시의 한 어린이가 원발성아메바뇌척수막염으로 치료를 받다 결국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 어린이는 분수대에서 물놀이한 뒤 일명 '뇌 먹는 아메바'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아메바에 감염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증상과 비슷하게 후각상실·고열·두통·구토 등의 증세를 보인다.
지난 5일에도 미국 텍사스에서 '뇌 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된 어린이가 뇌염으로 입원한 지 6일 만에 치료를 받다 숨진 사실을 지난 28일 CNN 등이 보도한 바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해당 아메바인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일반적으로 호수·강·온천 등 따뜻한 물에서 발견되는데,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물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아메바를 함유한 물은 보통 코를 통해 체내로 유입되며, 뇌로 올라가 뇌 조직을 파괴해 '뇌 먹는 아메바'로 불린다.
CDC는 사망한 해당 어린이가 현지 공원의 스플래시 패드에서 아메바에 감염됐다고 설명했다. 바닥에서부터 분수를 쏘아 올리는 스플래시 패드는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놀이 공간이다.
사고가 있었던 알렁틴 시 당국은 이 스플래시 패드 수질 관리에 구멍이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사망한 어린이가 찾았던 2개 공원 내 4개 스플래시 패드 물 시료에서 같은 아메바가 발견됐다.
알링턴시 당국자는 "수질 관리에 허점이 있었다. 관리 공백으로 스플래시 패드 유지보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25도 이상의 높은 수온에서 활발히 번식한다. 저수지나 호수, 하천에서 발견되며 바닥에 고여있는 물에서도 증식한다. 다른 기생충과 달리 코를 통해 감염된다는 것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의 특징이다.
감염 확률은 7000만 명 당 1명 수준이지만, 일단 한 번 감염되면 5일 후부터 다양한 증상이 발현된다. 특히 코를 통해 조직을 파괴하며 숙주의 뇌로 침입해 뇌세포를 파괴한다. 감염자는 후각 상실, 열과 두통, 구토, 간질과 환각 증상을 차례로 보이다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된 사람은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에 높은 확률로 사망에 이른다. 1962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서 148명의 환자가 감염됐는데 이중 단 4명만 생존했을 정도로 치사율이 높다.
'뇌 먹는 아메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감염자는 매년 3~8명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962년~2020년까지 보고된 감염자는 151명이었다. 이 중 39명이 텍사스주, 36명이 플로리다주 출신이었다. 감염자 평균 연령은 12세였으며, 남자 어린이가 76.2%를 차지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