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만배·윤석열 유착 의혹"…윤석열 "특검 거부는 범죄연루 자인"

입력 2021-09-29 17:09
수정 2021-09-30 01:05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번졌다.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 씨의 누나가 2019년 윤 전 총장 부친의 주택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윤 전 총장은 ‘특혜 의혹’을 부인하며 특별검사 임명을 거듭 주장했다. 이 지사는 “특검 주장은 시간끌기”라고 일축했다.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인 ‘열린공감TV’는 지난 28일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2019년 천화동인 3호 이사인 김모씨에게 서울 연희동 자택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천화동인 3호는 대장동 개발업체 화천대유의 자회사로 최근 3년간 101억원을 배당받았다. 윤 교수 연희동 자택을 사들인 김씨는 김만배 씨의 누나로 알려졌다. 열린공감TV는 “김씨가 윤 교수의 연희동 집을 취득한 시기는 2019년 7월”이라며 “당시는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에 지명된 시기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어 “윤 교수 집 시세는 33억~35억원 수준인데 김씨는 19억원에 매입했다”며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해놓고 계약서상 신고 금액을 낮추는 ‘다운계약서’ 작성에 따른 뇌물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SNS에 “2016년 박영수 특검이 법조 출입기자 여러 명을 불러모아 ‘수사팀장은 누굴 시키는 게 좋을까’ 하고 물으니 당시 김만배 기자가 ‘석열이 형 어떨까요’라고 추천했다”며 “다른 기자들은 ‘김만배가 윤석열 하고 엄청 가깝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썼다.

이에 윤석열 캠프는 29일 “열린공감TV를 악의적·반복적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부모님 집을 사간 사람이 김만배 씨 누나라는 걸 어제 처음 알았다”며 “아버지가 고관절을 다쳐 계단이 없는 아파트로 이사가기로 해 집을 내놓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집을 세 사람이 와서 봤고 가격도 시세보다 낮아서 계약이 이뤄진 것이지, 사간 사람이 누군지 어떻게 알겠냐”고 반박했다.

김만배 씨와의 친분도 부인했다. 윤 전 총장은 “(김씨가) 서울지검과 대검도 출입했을 것이고 우리도 인사이동을 하며 왔다 갔다 하니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도 “개인적 친분은 몇 년 전 검찰 간부 상갓집에서 눈인사를 한 것 외에 전혀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이 지금까지 친여 인사 수사를 제대로 한 적이 없었던 만큼 특검을 통해 최종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맞다”며 “(이재명 지사의) 특검 거부는 범죄 연루 자인이자 자가당착”이라고 했다.

이에 정진욱 이재명 캠프 대변인은 “윤 교수와 김씨의 거래가 우연히 일어날 확률은 서울의 주택 숫자만 계산해도 300만분의 1”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대장동 사업은 ‘국민의힘 게이트’인 동시에 ‘윤석열 게이트’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도 윤 전 총장을 겨냥해 “그건 참 기이하다. 정상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 지사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날 선 발언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 지사는 이날 ‘개발이익 환수제도 토론회’ 축사에서 이 대표를 향해 “국민을 속인 죄를 물어 ‘봉고파직(封庫罷職: 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하고 관고를 봉하여 잠근다는 뜻)’하겠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해선 “봉고파직에 더해 남극쪽 섬으로 ‘위리안치(圍籬安置: 유배된 죄인을 가시 울타리 안에 가두는 형벌)’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이 지사가 대장동 설계자를 자처하더니 마음이 급해지셨나 보다”며 “이 지사의 추악한 가면을 확 찢어놓겠다”고 직격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