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 新기술에 8년 쏟은 넥스트칩, 中 추격 따돌리고 올해 매출 '수직상승'

입력 2021-09-29 17:01
수정 2021-09-30 01:11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위협하는 큰 리스크 중 하나다. 중국 기업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기술 격차도 줄면서 국내 기업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인 넥스트칩(대표 김경수·사진)은 장기간에 걸친 신기술 개발과 신시장 개척으로 중국의 공습을 물리친 기업이다. 1997년 설립된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방범용 폐쇄회로TV(CCTV)에 들어가는 반도체였다. 날씨가 나빠도 뚜렷한 화질을 가능하게 했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당시 세계 CCTV용 반도체 시장에서 넥스트칩의 점유율은 20%에 달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해외 바이어들은 화질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찾았다. 정회인 넥스트칩 연구소장(전무)은 “2000년대 후반 30%를 넘었던 반도체 마진율이 2013년엔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면서 이익을 내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 넥스트칩은 2011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고화질의 영상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던 넥스트칩의 반도체 기술력이 가격보다는 성능을 중시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선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침 2010년대 초반은 후방용 카메라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고화질 영상 구현을 위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때였다.

주력 사업을 바꾸려는 넥스트칩의 노력이 곧바로 결실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2011년부터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나선 넥스트칩은 2019년에야 차량용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다. 사업 시작 후 8년이나 투자만 진행한 것이다.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안전을 위해 차량 설계 단계부터 협력업체의 부품을 넣을지 말지 결정하기 때문에 제품 개발부터 양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장기간에 걸친 사업재편 노력은 최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9년 1월 모회사로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문만 물적분할해 재탄생한 넥스트칩의 매출은 2019년 37억원에서 지난해 104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엔 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정 소장은 “2011년 다른 업체보다 선제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덕분에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