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터뷰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저 자신에게 의심이 들던 시기, '오징어게임'으로 치유받았습니다."
배우 박해수의 진가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에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을 펼치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후 2주도 채 되지 않아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83개 국가 중 3개 나라만을 제외하고 1위에 올랐다.
박해수가 연기한 상우는 서울대 경영대를 수석으로 입학한 수재였지만, 증권사에 다니면서 선물 투자에 실패하면서 60억 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게 된다. 살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했고, 그래서 서바이벌에 진심으로 임하는 캐릭터다.
빼어난 머리와 빠른 판단력으로 단연 최고의 활약을 했던 상우는 마지막까지 '오징어게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미련할 정도로 착하고 인간적이었던 제혁 역을 연기했던 박해수는 '오징어게임'에서는 인류애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열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징어게임'의 세계적인 흥행과 함께 득남하면서 '겹경사'를 얻게 된 박해수는 "폭발적인 인기가 신기하면서도 영광스럽다"고 "'왕이될 상'인 이정재 선배, '정파티플래너' (정)호연이 덕분에 즐거웠던 촬영장이었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 '오징어게임'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잘 될지 몰랐다. 이런 작품에 같이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여러 코멘터리와 반응들도 찾아보고 있다. 여러 패러디나 재밌는 영상들도 많다고 하는데, 아직 다 찾아보진 못했다. 외국에서 달고나 세트를 판다고 하고, 달고나 파라솔이 등장했다고 해서 신기하기도 하다.
▲ '세계적으로 인기구나'라고 느낀 순간이 있을까.
저는 SNS를 하지 않아서 직접적으로 느끼지 않는데, 주변 분들이 많이 보내주신다. 많은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걸 보면서 느끼고 있다.
▲ 맨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어땠나.
극단적 상황에서 캐릭터들이 겪는 심리와 변화 과정이 재밌었다. 이런 선택,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게 재밌고 흥미로웠다. 완성본을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비주얼과 음악이 더해졌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생생하고 흥미로운 게임이 됐다. 정말 재밌게 봤다.
▲ 상우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이해를 좇아가는 냉정한 인물이다. 상우를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무엇일까.
상우가 선택하는 방향성이 저에게 이해가 가야 했다. 뽑기에서 기훈(이정재)에게 얘길 하지 않고, 알리(아누팜 트리파티)를 속이는 부분들이 제 스스로 납득이 가야 했다. 그래서 공감하려 노력했다. 공감까지 거리가 멀지 않았다. 사실 제 내면에 있었던 건데, '오징어게임'을 하면서 끄집어낸 거 같다. 상우는 자신의 선택에 죄책감도 느끼지만, 경쟁 생활을 오래 했기에 합리화를 더욱 빨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 상우는 어떤 성격과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을까.
상우는 어릴 때 기훈과 함께 자라면서 쌍문동의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인물이라 생각했고, 살면서 경쟁 상황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물질만능주의와 1등 우선주의, 승자만이 성공한다는 개념을 갖게 된 거 같다. 저는 개인적으로 '1등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등수가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했지만, 조상우로 생각해보니 졌을 때 박탈감과 자격지심이 크지 않았을까 싶더라. 그런 부분들을 고려했다.
▲ 상우를 연기하며 힘들거나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상우가 죽으려고 결심한 장면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통화를 하는데, 그 장면이 너무 힘들었다. 만약 그 순간에 다른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면 어떤 말을 했을까 싶더라. 마지막 피에 물든 운동장에서 오징어게임을 할 때에도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 상우가 아닌 사람 박해수라고 가정했을 때 최종 게임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 거 같나.
깊이 고민해 봤지만, 아직 답이 나오진 않는다. 조상우였으면 당연히 그렇게 행동했을 거다. 그게 합리적이니까. 하지만 인간 박해수에 대한 답은 내리기 어려운 거 같다.
▲ '오징어게임' 흥행뿐 아니라 득남 소식도 전해졌다.
겹경사다. 작품을 오랫동안 열심히 찍었지만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 '오징어게임'을 통해 꽤 오랜만에 대중들과 만나는 거라 두려움도 들고 겁도 났다. 배우는 피드백이 있어야 힘을 받을 받는데, 그러지 못해 겁나고 무섭고, '내가 잘하고 있나' 했던 시기에 많은 사랑을 주셨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 있어서 감사함을 느끼는 상황이다. 감사함을 만끽하고 있고, 또 신기하다. (아이가) 저랑 똑같이 생겨서 더 신기하다.(웃음)
▲ 극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은 무엇일까.
첫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충격적이었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인형과 운동장이 있는 공간도 좋았다. 마지막 오징어게임을 할 때에도 비도 많이 오고 추웠는데, 이정재 선배와 하는 둘만의 액션신이라 기억에 남는다. 너무 영광이었고, 그렇지만 너무 힘들었다.(웃음)
▲ 게임을 하면서 실제로 '이러다 죽겠다' 싶은 게임이 있었나.
다 힘들었다. 특히 줄다리기는 '죽었다' 생각하고 찍었다. 정말 죽겠더라. 제가 체력적으로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데, 줄다리기가 이렇게 어렵고 힘든 게임이었나 싶었다. 오징어게임은 '이건 죽는다' 하고 찍었다. 게임 중에 그나마 자신 있었던 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다. 제가 민첩하고 빠르다. 끝까지 버틸 자신이 있었다. 뽑기나 구슬치기는 좀 약하다. 제가 공이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경기력이 떨어지더라.
▲ 상우가 시즌2에 나온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은 제 거니까. 많이 생각해 봤다.(웃음) 이미 죽었으니까, 과거에 주식하기 전의 모습을 나오는 거로 하면 어떨까 싶고. 시즌2에서는 개인적으로 가면남들의 사연이 궁금해서, 그 부분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 촬영장 분위기메이커라는 평이다. 이정재 배우는 "굉장히 귀엽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정재 선배가 굉장히 카리스마가 있는데, 저에겐 성기훈 형으로 다가와 주셨다. 그래서 귀여워해 주신 거 같다. 이정재 선배는 남자들의 로망이고, '왕이 될 상'이지 않나. 그런데 그렇게 망가져서 캐릭터를 완전히 흡수했다. 촬영장에서는 제가 중간 위치라 이리저리 얘기를 나누려 했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형님(이정재)이 많은 얘길 많이 해주셨다.
▲ 오영수, 정호연 등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도 궁금하다.
예전부터 오영수 선생님이 국립극단에 계실 때부터 봐 왔고, 동경하며 바라보던 선생님이라 같이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현장에서 남다른 호흡으로 무게감을 갖고 계셔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소중한 시간이었다.
진짜 분위기메이커였던 '정파티플래너' (정)호연이와는 많이 '인간이 이럴 수 있나' 얘기도 많이 나누면서 촬영에 임했다. 알리도 한국말을 저보다 잘해서 정말 재밌었다.
▲ '오징어게임' 이후에도 '종이의 집', '수리남'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출연한다.
OTT플랫폼은 손쉽게 다가갈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거 같다. 그렇지만 일부러 그렇게 선택한 건 아니다. 저에게 주는 시나리오를 많이 읽어보려 하고, 마음이 움직이거나 욕심이 나는 배역이 있으면 감사하게 하려고 한다.
▲ 상우 만큼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듯한 기분이 들었던 때가 있었나?
연기를 할 때 막다른 길에 몰렸다고 느낄 때가 있다. 작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니까, '지금 하고 있는게 맞나' 싶고,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고, 힘든 시간을 겪었다. 그런데 '오징어게임'도 그렇고, 아이도 축복처럼 찾아와서 제가 극복했다기보단 주변에서 도와주고, 자연스럽게 치유의 시간이 온 거 같다. 가장 힘들 때 조금씩 발판이 오는 걸 느꼈다.
▲ 상우가 456억 원을 받았다면 어떻게 사용했을까?
저도 궁금하다. 60억 원은 주식에 갚고, 나머지는 잘 운영해서 살았을까. 그렇지 않았을 거 같다. 온전한 인간으로 살지 않았을 거 같다. 455명을 죽였다고 표현하면 안되지만, 그들의 목숨으로 얻은 돈을 갖고, 기훈과는 다른 인간상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 인간 박해수는 456억 원을 얻는다면 어디에 쓰고 싶나.
그렇게 갑자기 생기면 저도 돈이라 생각 안될 거 같다. 그래도 쓰고 싶은 건 있다. 사고 싶은 것도 많고. 지금은 작은 집을 사고 싶다. (웃음) 나머지는 제 돈 아니니까 좋은 일에 썼으면 좋겠다.
▲ '오징어게임'이 인기도 높지만, 여러 불호 반응과 논란들도 있었다. 배우로서 반론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까.
어떤 반응이든 보는 사람들이 판단할 부분인 거 같다. 그래서 반론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생각하는 게 다르고, 또 저는 어쩔 수 없이 그 안에 있는 사람 아닌가. 그 세계관 안에 있어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 배우 박해수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 '오징어게임'은 어떤 의미의 작품이 될까.
제가 연기를 길게 오래 하지 않았고, 아직 다수의 작품을 하지도 않았다. 앞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작품으로 크게 인사드리고, 저라는 존재를 알려드렸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있다가 '오징어게임'으로 인사드린 거 같다. 저에게 몇 안 되는 기회였다. 그래서 저에게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축하도 받고, 연기에 대한 조언도 많이 받았다. 저도 모르게 변해가는 것들에 대해 지적을 해주는 작품이었고, 생각도 많이 하고 조상우라는 역할 자체에 애정이 많이 갔던 작품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