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시한폭탄 된 '접종 거부'

입력 2021-09-29 17:00
수정 2021-09-30 00:21
코로나 백신 미접종자의 사전예약률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백신 접종을 신청하지 않은 국민 573만 명을 대상으로 지난 18일부터 다시 예약을 받고 있지만 예약률은 6%에 머물고 있다. 30일까지인 예약 마감이 하루 남았지만 상황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접종자는 20~30대 젊은 층이 많다.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굳이 접종 부작용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다는 게 이들이 백신을 거부하는 이유다. 실제 코로나 위중증 환자의 58.7%(28일 기준)는 60대 이상이다. 50대 17.8%, 40대 14.1%, 30대 7.2%, 20대 1.6%로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위중증 환자 비율도 감소한다.

반면 백신 부작용을 겪은 연령층은 다양하다. 20대에서도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나왔다. 지난 27일까지 보고된 중대한 이상반응 사례는 모두 1만352건이다. 발열 근육통 같은 경미한 이상증상 신고건수까지 포함한 이상반응 신고율은 0.44%다. 신고율이 낮다 해도 ‘혹시나’ 하는 우려에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민 500만 명 접종 '거부'걱정스러운 대목은 고위험군의 접종 거부다. 60대 이상 미접종자는 100만 명이 넘는다. 백신 접종자 인센티브 확대 등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될수록 이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커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방역당국으로선 상당한 부담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오는 10월 말이나 11월 초 ‘위드 코로나’로 방역기조를 바꾸겠다고 했다. 백신 접종 완료율이 80%에 이르는 시점이다. 위드 코로나는 일상 회복이다. 소상공인의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기도 하지만, 백신 접종으로 우리 사회가 이제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체력을 다졌다는 의미다. 백신 접종이나 직접 감염을 통해 우리 사회 전체가 면역력을 획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위세는 꺾일 것이다.

위드 코로나 진입까지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또 다른 사회갈등의 불씨가 지펴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페널티 도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가 있어야 식당 등에 갈 수 있게 한다거나, 미접종자가 코로나에 감염되면 치료비를 정부가 아니라 본인 부담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부작용 위험을 감수한 접종자들이 만들어놓은 집단면역의 수혜를 미접종자들이 공짜로 누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사회갈등 줄일 대책 고민해야다른 한편에선 백신 접종 기피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 백신이 정상적인 임상 절차를 거치지 않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접종을 거부했다고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백신 패스’를 꺼내 들었다. 접종을 마친 사람은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에 제약을 두지 않는 프리 패스를 발급해주겠다는 것이다. 막판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카드다. 부작용 위험을 무릅쓴, 면역까지 획득한 접종자 우대를 확대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미접종자가 설 곳이 없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기저질환이나 지병 등의 이유로 접종을 미룬 이들도 적지 않다.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접종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 역시 백신을 기피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위드 코로나 대책이 편가르기 대책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부가 지금처럼 접종률 목표 달성에만 매달려서는 ‘부득이한’ 소수자들을 보듬는 정책을 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