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나를 이끌었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Netflix)에서 대권 주자를 검색하면 어떤 추천 영화가 표출될까.
지난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넷플릭스에서 이재명 검색하면 왜 '아수라'가 뜨나요"라는 문의 글이 게재됐다.
검색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는 추천 영화로 '아수라'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는 '오징어 게임'이 1순위로 표출됐다. 홍준표 국민의힘 검색 화면에는 '썰전'이 추천된다.
일각에서 영화 '아수라'가 이재명 후보를 모델로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후 포털사이트에 '아수라' 연관 검색어로 '이재명'이 뜨고 있다.
2016년 개봉한 영화 '아수라'는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이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으면서 살아남기 위해 혈안이 된 나쁜 놈들 사이 지옥도가 펼쳐지는 내용이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을 두고 목숨을 건 게임을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공개 직후 22개국에서 인기 순위 1위에 올랐고, 한국 콘텐츠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1위에 등극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들 추천 영화를 정치적 성향과 연결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징어 게임' 연출자인 황동혁 감독은 정치권에서 '오징어 게임'이 거듭 언급되는 것과 관련해 "감독이, 창작자가 작품을 세상 밖으로 내놓으면, 그 이후 수용자들이 이용하는 건 그들의 영역"이라며 선을 그었다.
해당 넷플릭스 인물별 추천 영화 검색 결과 또한 고정은 아니다. 시점에 따라 일부 세부 콘텐츠가 바뀌기도 한다.
눈에 띄는 것은 이재명과 윤석열 후보 검색 결과에서 '아수라', '오징어 게임', '내부자들', 'D.P' 등 주로 정치권과 검사를 소재로 다룬 영화들이 공통분모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특이하게도 윤석열 후보 검색 결과에는 홍준표 이재명 후보들의 경우와는 달리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 표출됐다.
지난해 2월 발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 인터넷 이용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81.2%가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며, 73.7%는 매일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블로그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에 따르면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한 절차 또는 규칙의 모음이라고 볼 수 있는 알고리즘은 검색 결과를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공하거나 저작권 침해 콘텐츠 혹은 유해한 콘텐츠를 골라내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중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익숙한 것은 추천 알고리즘이다. 추천 알고리즘은 방대한 데이터 중에서 일정한 규칙에 따라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기업으로서는 사용자의 플랫폼 체류 시간 및 콘텐츠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 구독자 이탈을 막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 기반 필터링 역시 한계점을 갖고 있다.
넷플릭스는 협업 필터링과 콘텐츠 기반 필터링의 단점을 보완하고 통합한 앙상블 체계(ensemble System)를 사용함과 동시에 한발 더 나아가는 등 추천 알고리즘에 힘을 쏟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먼저 넷플릭스는 동일한 영상을 본 사람들이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면, 같은 프로파일링 그룹으로 묶는 협업 필터링을 사용하는 것이 그 예다.
예를 들면 같은 영화를 시청하는 두 사람이 영상을 일반 배속이 아닌 느린 배속 혹은 빠른 배속을 적용하는 행위를 보이거나, 드라마를 같은 회차까지 보고 종료하는 행위를 보인다면 이들은 같은 시청 패턴을 가진 하나의 그룹으로 묶이게 된다. 이렇게 그룹을 나누는 여러 항목에는 콘텐츠 장르, 오프닝 건너뛰기의 여부, 재시청 비율, 사용 기기, 데이터환경, 평가 여부, 중간정지 여부, 시청 요일과 시간, 재생 중 정지, 되돌리기, 빨리 가기 지점 등 넷플릭스는 아주 다양한 기준으로 세부적인 그룹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협업 필터링에서 더 나아가, 콘텐츠 기반 필터링의 방식을 섞는다.
이 지점에서 넷플릭스는 AI의 능력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인력을 활용하여 보유하는 콘텐츠를 태그화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영상의 분위기를 묘사하는 형용사, 지역적 요소, 시대적 배경, 스토리의 출처, 등장인물의 특징 등 다양한 태그가 존재한다. 즉 영상 자체를 단순히 ‘코미디 장르’가 아닌 ‘90년 대 코미디’, ‘90년 대 블랙 코미디’, ‘여성 주인공의 코미디’, ‘여성 주인공의 블랙 코미디’ 등 콘텐츠에 구체적인 속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대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검색했을 때 왜 추천하는 콘텐츠가 다른지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현재로서는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영상을 제공하기 위해 힘쓴 결과물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