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의심' 은행권 주담대 70조원 넘었다…비중 16%로 '껑충'

입력 2021-09-29 14:14
수정 2021-09-29 14:15
#. 무주택자인 A씨는 서울에서 시세 13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로 대출 가능 금액은 4억4000만원에 그쳤다. 이에 A씨는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갭투자'로 눈을 돌렸다. 그는 5억2000만원 자금으로 주택 구입에 성공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로 대출을 받은 규모가 70조원을 넘었다. 최근 4년 동안 46조원이나 급증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2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 중 전월세 임차 용도 대출은 70조3706억원이다. 전체 은행권 주담대 잔액의 16.4%에 해당하는 규모다. 2017년 6월 기준 대출 잔액(23조6606억원)과 비교하면 46조7100억원 늘었으며, 대출 비중은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이는 전세가 있는 주택을 구매한 뒤 구매한 주택을 담보로 본인의 전월세 임차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받은 것이다. 주택 구입 목적이 아닌 만큼 전입·처분 의무도 없다. 주택구입 외 목적 대출의 비중은 올해 6월 말 49%까지 확대됐다.

이처럼 주담대의 전월세 대출이 최근 성행한 갭투자에 간접적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장혜영 의원은 "정부는 갭투자를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전입과 처분요건을 강화하고,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는 등 각종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계속 새로운 방식의 갭투자가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부동산 시장의 안정 없이 갭투자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 자산과세를 강화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하나 정부·여당은 오히려 고가주택에 대한 세부담을 낮춰 투자유인을 높이고 있다"며 "부동산에 대한 과세 정상화를 통해 시장의 불안을 안정시켜야 국민들이 무리하게 갭투자에 나서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