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살리기'에 결국 중국 국유기업 나섰다…1.8조 자금 마련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입력 2021-09-29 11:42
수정 2021-10-29 00:02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2위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이 보유 중인 성징은행 지분을 중국 국유기업에 매각해 1조8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유동성 확보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모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콩증시 상장사인 성징은행(종목코드 20266)은 29일 오전 시장이 열리기 전 헝다그룹이 보유 중인 주식 가운데 17억5315만7895주(19.93%)를 국유기업인 선양성징금융지주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가격은 주당 5.7위안으로, 총 99억9300만위안(약 1조8300억원)이다.

성징금융지주는 랴오닝성의 성도인 선양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갖고 있는 국유기업이다. 헝다그룹은 당초 성징금융지주 계열사였던 성징은행을 2016년 인수했다. 5년 만에 유동성 위기로 원래 주인에게 되파는 처지가 된 것이다.

성징은행 본사는 선양에 있다. 올 상반기 성징은행의 순이익은 103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6%나 급감했다. 선양시 국유기업들은 지난달에도 성징은행 지분을 1.9% 매입했다.

헝다그룹 측은 "자사의 유동성 문제가 성징은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국영기업이 대주주가 되면 성징은행 경영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매각 대금 전액은 헝다그룹이 성징은행에 지고 있는 채무를 상환하는 데 쓸 예정"이라며 "이는 헝다가 갖고 있는 남은 성징은행 지분 14.57%의 가치 보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헝다그룹의 성징은행 지분 매각 발표는 헝다가 이날 달러표시채권 이자 4750만 달러(약 559억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고비를 맞은 가운데 나왔다. 헝다는 지난 23일 다른 달러채권 이자 8350만 달러(약 993억원)와 위안화채권 이자 2억3200만 위안(약 425억원)을 지급해야 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이날 예정된 달러채권 이자 지급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번 성징은행 지분 매각 절차가 완료돼 헝다가 약 1조83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면 돌아오는 대출과 회사채 이자 지급 등 급한 유동성 위기는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헝다 측이 이번 매각 대금을 성징은행에 대한 채무 상황에 사용한다고 밝힌 만큼 다른 채무 상환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날 성징은행 지분 매각 소식에 홍콩증시에 상장된 헝다그룹(03333) 주가는 오전 10시30분 현재 10% 이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성징은행은 거래가 정지됐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중국 당국이 국유 부동산개발업체들에게 헝다그룹의 자산 일부를 매입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업체들은 이미 실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저우시 산하 광저우건설투자그룹은 헝다의 광저우축구장과 주변 아파트 건설 프로젝트를 120억위안에 매입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