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1조4000억원을 투입해 스마트 상수도 관리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수돗물사고 등의 방지 대책과 스마트시티 수도시설 관리 체계 구축 등이 핵심이다. 스마트 상수도 관리 및 수돗물 공급 과정의 핵심 기술에도 정보통신기술(ICT)이 도입돼 있다. 수압과 수량뿐만 아니라 수질까지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진정밀(대표 정태희·사진)은 최근 수돗물 스마트 관리 시스템(PRSys)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수돗물을 사용하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수량에 적합한 수압을 인공지능(AI) 기법과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예측하고 제어하는 기술이다. “상수관 누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 사용자 입장에서 수량을 관리할 수 있고 상수관 누수로 발생할 수 있는 싱크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누수가 생긴 상수관으로 이물질이 유입돼 수질이 오염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상수관에 실시간 감시 센서와 분석 기기를 장착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정해진 기준을 넘는 수돗물이 상수관으로 유입되면 자동으로 방출시키는 알고리즘을 적용한 시스템(QMSys)을 성공적으로 개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삼진정밀 관계자는 “QMSys는 오염물질을 방출할 때 생기는 수격현상을 최대한 억제해 2차 오염을 방지하는 첨단 기능이 포함돼 있다”며 “깨끗한 수돗물 공급에 적절한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삼진정밀이 개발한 시스템인 PRSys와 QMSys는 환경부의 스마트 상수관망 관리의 주요한 핵심 기술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진정밀은 1991년 상하수도 밸브를 제조하는 회사로 시작했다. 직원 두 명으로 창업해 현재 직원 210명에 연매출 1000억원을 넘보는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 세계 수십 개국에 밸브를 수출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삼진정밀은 동남아시아 등 기존 수출 국가에 더해 중동과 북미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007년 오일가스 생산의 주요 기자재인 초저온, 고압, 대구경 볼밸브를 개발했다. 현재 중동, 동남아시아, 북아메리카 등 주요 산유국에 활발히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9년 경기도에서 첨단 주조 공법으로 주조하는 공장을 인수했다. 이에 소재부터 제품까지 일괄적으로 품질과 생산을 관리하는 수직적인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이와 함께 2015년부터 밸브 제조기반을 시스템으로 확장하기 위해 수처리 설비 및 공정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수장 급속 모래여과지의 하부 집수 시설과 미세공기부상법을 활용한 녹조류 제거 설비 등을 개발해 공급 중이다. 스마트시티의 상수관망 제어 기술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삼진정밀은 분산형 정수처리 및 하수처리 시스템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가에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지원과 한국수자원공사의 협력을 기반으로 필리핀 관광도시에 분산형 수처리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까지 직접 하고 있다. 컨테이너에 수처리 시스템을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해 국내에서 테스트를 완료하고 현지에서 바로 운영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처리하지 않은 하수를 바다에 방류해 해안을 오염시켰던 필리핀의 한 관광도시가 삼진정밀의 수처리 시스템으로 깨끗한 자연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필리핀의 다른 관광도시들도 이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진정밀은 저개발국가 및 개발도상국의 소규모 분산형 수처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내년에는 매출 1000억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