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안 받는다"…中 손절 나선 암호화폐 거래소들

입력 2021-09-28 02:40
수정 2021-10-25 00:01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인 후오비글로벌이 “올해 말까지 모든 중국인 계정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통화 당국이 암화화폐와 관련된 거래를 불법화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중국계인 후오비글로벌은 2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중국 본토의 신규 계좌 개설을 즉각 중단하는 한편 올해 말까지 본토 계좌를 단계적으로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설립된 이 회사는 현재 싱가포르와 한국, 미국 등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또 다른 중국계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 역시 “중국 관련 휴대폰 번호를 이용한 신규 계좌 등록을 차단한다”고 했다. 바이낸스와 후오비글로벌 모두 위안화를 통한 암호화폐 거래가 활발했던 기업이다.

중국 당국은 2017년부터 자국 내 거래소 영업을 금지했으며, 최근엔 암호화 채굴도 단속하고 나섰다. 중국 인민은행은 한 발 더 나아가 해외 거래소가 인터넷을 통해 자국민에게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불법화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런 규제를 홍콩에 확대 적용할 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중국의 강력한 암호화폐 단속 방침이 전해진 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가격은 일제히 급락했다.

후오비글로벌의 두 준 공동 창업자는 성명에서 “중국인 계좌의 폐쇄 조치가 단기적으로 회사 수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다만 글로벌 거래의 약 70%는 중국 외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창업자는 “후오비는 여러 국가에서 합법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면서도 중국 당국의 거래 금지 조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후오비글로벌의 자회사인 후오비 테크놀로지 홀딩스 주가는 홍콩증시에서 하룻동안 21.5% 급락했다.

중국 홍콩 등지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다른 나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던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인 FTX는 최근 역외 조세 피난처인 바하마로 이전을 완료했다.

FTX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샘 뱅크맨-프리드는 트위터에서 “바하마는 암호화폐에 대해 우호적인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