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 성악가들이 웅장한 화음을 클래식 본고장인 유럽에 선사한다. 29일(현지시간)부터 유럽 투어에 나서는 남성합창단 이마에스트리(사진)다.
이마에스트리는 29일 체코 프라하 발렌슈타인 궁전에서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유럽 5개국을 돌며 음악회를 연다. 영화 ‘1492 콜럼버스’의 주제곡 ‘콘퀘스트 오브 파라다이스’와 한국 가곡 ‘그리운 금강산’ ‘아리랑’ 등을 들려줄 예정. 첫 음악회를 마친 뒤 이틀 간격으로 국경을 넘으며 투어를 이어간다. 오스트리아 빈, 헝가리 부다페스트,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세르비아 포차르베츠와 베오그라드 등에서 연주한 뒤 다음달 10일 귀국한다.
이마에스트리는 2006년 국내 정상급 성악가 110여 명이 한데 모여 활동을 시작한 남성합창단이다. 창단 후 지금까지 12개국 23개 도시에서 26회 공연을 통해 세계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합창단을 알렸다.
남성들만으로 이뤄졌지만 음역대는 넓다. 가장 낮은 베이스부터 높은 음역대인 카운터테너까지 성부별로 단원들이 모였다. 양재무 이마에스트리 단장은 “남성 목소리만으로 5옥타브에 속하는 모든 선율을 소리낼 수 있다”며 “남성들의 마초적이고 웅장한 화음이 인기를 끈 비결”이라고 말했다.
유럽 공연장에서 동양인 합창단을 초청하는 건 이례적이다. 남다른 가창력 덕분에 ‘보이스 오케스트라’라고 평가받지만 처음 유럽투어가 성사된 건 창단 11년 만인 2017년이었다. 올해 투어에는 옥상훈 국민대 교수, 이인학 서울시립대 교수 등 38명이 참여한다. 단장 겸 지휘자 양재무, 바이올리니스트 양정윤, 피아니스트 조한솔 등도 동행한다.
투어 일정 중에서 다음달 4일로 예정된 부다페스트 추모 공연이 특히 주목된다. 2019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해 많은 한국인이 희생된 사고를 기리는 음악회를 열 예정이다. 이마에스트리는 김소월의 ‘초혼’을 합창곡으로 각색해 들려준다. 양 단장은 “한국인은 물론 헝가리인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하지 못했다”며 “한국 클래식 수준을 알리면서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공연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