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 명씩 모여 돌잔치한다는 게 아닙니다. 양쪽 조부모까지 최소한 직계가족 8명은 모여서 식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돌잔치 관련 업종의 자영업자들은 최근 두 달 매출이 사실상 제로(0)인 실정입니다.”
지난 14년간 돌잔치 사진을 찍어온 사진사 A씨(41)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다. 2019년 9000만원 수준이던 연매출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 3000만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아직까지 1000만원도 되지 않는다.
코로나 이전 한 달에 20건이던 촬영은 지난달엔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소규모 돌잔치도 치를 수 없게 되자 A씨의 일거리도 뚝 끊긴 것이다. 급기야 A씨와 같은 처지의 돌잔치 관련 자영업자 500여 명이 모인 ‘안전한 가족 돌잔치 전국연합회’는 지난 27일 거리로 나와 1인 시위를 벌였다.
돌잔치업계 자영업자들은 “작년 12월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 이후 피해가 막심하다”고 입을 모았다. 돌잔치가 ‘사적 모임’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거리두기 4단계인 수도권에서는 백신 인센티브를 적용받더라도 아기를 포함해 6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돌잔치 상차림 업체를 운영하는 김승주 씨(40)는 “양가 할머니·할아버지 4명이 모두 참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가족끼리 식사하는 수준으로 소규모 돌잔치도 치를 수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맞이하는 생일을 축하하는 돌잔치는 결혼식처럼 일정을 미뤄서 치르기도 어렵다. A씨는 “거리두기 4단계가 2주 단위로 계속 연장되니, 고객들이 예약을 조금씩 미루다가 결국 취소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대상에서도 빠졌다. 돌잔치 특성상 상차림, 돌복 대여, 사진촬영, 답례품 업체 등 다양한 분야의 자영업자가 있다 보니 별도의 업종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서다. 집합금지 제한을 받는 업종으로도 인정받지 못했다. 카페와 음식점, PC방처럼 항상 정해진 장소에서 영업하는 업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도 없는 와중에 예약 취소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의 몫이다. 소비자보호원 지침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한 예약 취소의 경우 금액의 80%를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김씨는 “예약 취소금, 사무실 운영비, 직원 인건비 등을 지급하기 위해 지난해 5000만원 대출을 받았는데 벌써 대출금을 다 썼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4단계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기본인원 8명과 백신 인센티브 인원 8명 등 최대 16명까지 모일 수 있게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음달 3일 이후 적용될 새 거리두기 정책에 반영해 돌잔치 업주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김씨는 “자영업자에게 돌잔치는 그저 문화가 아니라 절실한 생계 수단”이라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