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국민들이 계속 준수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는 10월 말~11월 초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위중증 환자·사망자 수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만큼 ‘위드(with) 코로나’를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권 장관은 28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고령층의 90% 이상, 일반 국민(성인)의 80% 정도가 접종을 완료하는 10월 말이 (방역체계를) 전환할 수 있는 시기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장관은 “접종 완료자 중심으로 사적 모임, 다중이용시설 이용수칙을 완화해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독일엔 접종 완료자·완치자·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에 대해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백신 패스’가 있는데 우리도 이를 적용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다중이용시설 영업제한 시간도 현재 밤 10시에서 밤 12시까지로 늘리는 등 방역수칙을 단계적으로 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방역체계 전환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확진자 규모에 비해 위중증 환자·사망자 수가 비교적 적게 나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7일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2289명으로, 월요일 기준 최다 기록을 세웠다. 28일에도 오후 9시까지 2659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집계가 마감되는 밤 12시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29일 오전에 발표되는 확진자 규모는 3000명 안팎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위중증 환자는 300명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한 달 전에는 확진자 규모가 지금보다 적었지만 위중증 환자는 300명대 후반~400명대였다.
백신 접종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2주간 확진자 가운데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은 사람 비중은 45% 안팎에 이른다. 8월 중반까지 이 비율은 10% 수준이었다.
영국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따르면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를 한 번이라도 맞았다면 입원 및 사망 예방률이 70~90% 이상이다.
방역당국은 다음달 1일 공청회를 열어 일상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듣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일상회복위원회’(가칭)를 꾸려 △경제·민생 △교육·문화 △자치·안전 △방역·의료 등 분야별 계획도 수립할 계획이다.
당장 이번주 발표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0월에 적용되는 거리두기는 향후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가는 전(前) 단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루 신규 확진자가 4000명 이상으로 치솟으면 의료 체계에 한계가 올 것으로 봤다. 권 장관은 “하루 확진자 수가 4000명에서 1만 명까지 나왔을 땐 의료체계가 감당이 안 된다”며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 방역수칙은 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