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가 최근 미국에서 이력서의 주요 기재 사항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구직자들은 인맥관리 소셜미디어 링크트인 프로필, 입사지원서와 이력서에 백신 접종 여부를 반영하고 있다.
미국 주요 기업들이 직원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데에서 나아가 속속 의무화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이달 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주요 연방정부 기관 및 근로자 100명 이상 사업장에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안을 내놓았다.
구인·구직정보 검색엔진 애드주나에 따르면 지난 8월 5만건 이상의 공고에 ‘백신 접종 완료자’라는 조건이 붙었다. 구직자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하는 공고는 지난 7월만 해도 3만5000건 가량이었다고 애드주나 측은 분석했다. 이력서 정보업체 레쥬메빌더가 지난달 인사담당자 1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0%가 백신 접종 사실을 밝힌 지원자를 고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3분의 1은 백신 접종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지원자를 자동 탈락시키고 있다고 했다.
구직자가 백신 접종 여부를 미리 알려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는 논란이 있다. 백신을 접종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일고 있다. 미국 로펌 닉슨피바디의 레이첼 콘 인사·노무 담당 변호사는 “기업들은 백신 접종자 채용을 선호하기 때문에 인사 담당자가 무의식적으로 접종자에게 좋은 평가를 내리게 될 수도 있다”라며 “앞으로도 백신을 맞지 않으려는 지원자를 걸러내는 용도로도 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링크트인에 백신 접종 사실을 기재한 22세 구직자 몰리 커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인사 담당자에게 동료의 건강과 안전에 신경쓰는 구직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력서 정보업체 스토리레쥬메의 로빈 스토리 대표는 “입사 지원자는 자질과 능력에 따라 평가받아야 한다”며 “키, 몸무게 기입과 백신 접종 여부 공개는 매우 유사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