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의 자화상이 경매에 나온다고 합니다. 예상 가격이 3000만달러(약 354억 원)에 달하는 만큼, 칼로의 작품 중 역대 최고가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칼로의 작품 중 기존 최고가는 2016년 기록한 800만달러였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경매업체 소더비는 올 11월 미국 뉴욕에서 칼로의 자화상 작품인 ‘디에고와 나(Diego y yo)’를 경매에 부칠 예정입니다. 1949년 완성한 이 작품은 칼로의 마지막 자화상으로 알려졌습니다.
작품 속 칼로는 멕시코 토착 원주민 전통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이마에 눈이 3개인 남편 디에고 리베라를 그려 넣어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게 눈길을 끕니다.
소더비 측은 리베라의 눈이 세 개인 이유로 당시 칼로의 심기가 복잡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여성 편력이 심했던 리베라가 당시 칼로의 친구이자 영화배우인 마리아 펠릭스와 염문을 뿌린 것이 반영됐다는 설명입니다.
칼로 자신은 눈물을 뚝 뚝 흘리는 모습으로 묘사됐습니다. 친구와 남편의 불륜에 대한 슬픈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왠지 섬뜩한 느낌마저 듭니다.
이번 경매에선 각종 기록을 동시에 작성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전망입니다. 30년간 일반에 비공개됐던 이 작품은 미국 뉴욕의 수집가가 1990년 소더비에서 140만달러에 낙찰받은 것입니다. 예상 가격 수준으로 낙찰될 경우, 단순 계산으로만 20배 넘게 가격이 뛰게 됩니다.
특히 주요 경매에서 팔린 라틴 아메리카 예술가 작품 최고가 기록도 갈아치울 전망입니다. 현재 기록은 2019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980만달러에 낙찰된 리베라의 '라이벌'이었습니다.
여성 작품 최고가도 새로 쓸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영국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1932년작 정물화 'Jimson weed/white flower no.1'이 2014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기록한 4440만달러를 뛰어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칼로의 자화상은 내달 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홍콩, 22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영국 런던에서 공개되고 미술 시장 큰손들의 눈도장을 찍을 예정입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미술 시장은 여전히 강세를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세계 미술계의 인기상품인 칼로의 작품이 과연 새 기록을 쓸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