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내 게임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올해 매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신규 모바일 게임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절반가량이 중국산이다. ‘세계 최강’으로 불리던 한국 게임사들이 주 52시간 근로제 등 개발 환경 변화와 신규 블록버스터 개발 실패, 해외 진출 난조 등으로 주춤거린 사이 벌어진 일이다.
27일 빅데이터 분석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국내에 나온 신규 모바일 게임 중 매출 ‘톱10’(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에 한번이라도 진입한 게임은 16개다. 이 가운데 ‘파이널기어’ ‘백야극광’ 등 중국 게임이 7개로 전체의 약 44%를 차지했다. 2019년 29%이던 중국 게임의 최상위권 점유율은 작년 33%까지 올라가더니, 올해 시장의 절반 수준으로 치솟았다. 최상위권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모바일 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매출 상위 1000개 게임 중 중국 게임 비중이 24%(237개)로 집계됐다. 역시 역대 최고치다. 업계에선 올해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에서만 최소 2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게임사 실적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으로 국내 게임 상장사 35개 중 74%(26개)는 영업이익이 줄거나 영업손실을 냈다.
중국은 한국을 안방처럼 여기며 자유롭게 신작을 출시해 돈을 쓸어간다. 한국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중국이 한국 게임 유통을 제한한 이후 집중력을 잃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 중국을 잃은 국내 업체들이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내수용 게임을 주로 개발하다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노린 중국 게임은 한국 게임의 최대 열 배에 달하는 막대한 개발비를 쏟아붓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