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일학습병행제 취지 좋지만…훈련 이후 고용유지 지원도 필요"

입력 2021-09-27 17:37
수정 2021-09-28 02:39

“일학습병행제의 취지는 매우 좋지만 훈련시켜서 일할 만하면 대기업 가겠다고 다 떠나는 게 현실입니다.”

특별 좌담회에 참석한 백시욱 현대로템 기술교육원장이 전한 현장의 모습이다. 일학습병행제는 중소·중견기업이 특성화고 학생 등 청년을 먼저 채용해 현장훈련을 시키면 정부가 평가해 자격을 주는 제도다. 학습기업에는 훈련장려금, 훈련비와 함께 조달청 물품 제조·구매 가점 등을 준다. 2014년 일학습병행제 도입 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올해 8월까지 1만7000여 개 기업에서 11만4000여 명의 근로자가 취업에 성공했다.

백 원장은 “일학습병행제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학습근로자를 교육하고 자격증까지 따게 해준 다음 비로소 써먹을 만하면 더 좋은 기업으로 가버린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일학습병행제 도입 1호 기업으로 유명한 솔트웨어의 이정근 대표도 거들었다. 이 대표는 “숙련근로자 이탈은 일학습병행제 아래에서만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해지면서 파생된 구조적인 문제”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다른 고민도 털어놨다. 일학습병행제로 입사한 직원들은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출신이다 보니 고교를 졸업할 나이가 되면 대략 4년차 직원이 된다. 대졸 직원이나 6개월 과정의 학원 출신에 비해 학력이 낮고 나이도 어리지만 더 고숙련자이자 선배인 셈이다. 이러다 보니 직원 간 화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정부 역시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가 사실상 유일한 답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보조금 정책 등 현실적인 방법론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한국과 달리 독일은 산업 단위로 작동하는 노동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에 이런 고민이 크지 않다”며 “한국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차이가 심해 사실상 계층화된 노동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류경희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참석자들의 의견에 공감을 나타내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류 국장은 “근로자들에게 기존 회사에 남으면 유리해지는 보상책을 마련해주거나, 기업이 숙련근로자를 육성한 데 대한 보상을 해주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며 “정부와 산업현장,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더 깊이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