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말 한마디에…대북株 '들썩'

입력 2021-09-27 18:00
수정 2021-09-28 02:15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대북 경제협력 관련 테마주가 급등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남북 관계가 급격히 진전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27일 아난티는 8.86% 오른 1만2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급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 아난티는 코로나19 사태에도 국내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급등했던 주가가 조정을 거치던 중이었다. 남북 정상회담 소식에 2거래일간 24.64% 급등했다. 2008년 금강산 관광지구에 리조트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 남북 경협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에 대한 독점적 사업권을 소유한 현대아산 지분 73.9%를 소유한 현대엘리베이터도 이날 3.07% 오른 5만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대북 송전 수혜주로 꼽히는 선도전기는 29.97% 상승해 상한가를 기록했다. 두만강 일대를 관광특구로 개발하는 사업을 구상했던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6.15% 상승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이력이 있는 기업들도 이날 일제히 급등했다. 로만손 개성 협동화 공장 법인에 100% 출자한 제이에스티나가 29.97% 올랐다. 개성공단 입주 1호 기업인 신원은 이날 16.23% 올랐다.

대북 관련 주가 일제히 급등한 것은 최근 남북 관계가 급격히 화해 무드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의의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 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 수뇌상봉(정상회담)과 같은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1일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테마주의 성격상 과도한 투자는 지양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마주 투자의 핵심은 ‘실적 알멩이’가 있는지 여부”라며 “경협주 특성상 사업이 가까운 시일 안에 현실화돼 기업 실적으로 연결되는 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처럼 특별한 재료가 없는 약세장에선 이른 시일 내 수익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으로 테마주의 순환매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그만큼 하락폭도 커질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간 대화가 첫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데다 미국과 중국 간 관계는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점에서 지금 같은 화해무드가 지속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남북 정상회담, 종전선언 등의 대가로 북한은 유엔 대북제재 해제라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이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용인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이날 대북 경협 관련주를 담당하고 있는 애널리스트들은 관련 보고서도 내놓지 않았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남북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서 오랫동안 잠잠했던 남북 관계가 일시에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는 커졌지만 정권 말인 데다 다자간 협의도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테마 영역”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