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안보 공격, 윤석열 측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입력 2021-09-27 18:20
수정 2021-09-27 18:2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진행된 방송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의 질문 세례에 잇따라 말문이 막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집이 없어서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다"고 발언해 빈축을 샀던 윤 전 총장이 이번에는 안보 영역에서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6일 채널A 주최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3차 방송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은 홍준표 의원으로부터 국가 안보 관련 질문을 받았다.

홍 의원은 "김여정이 '군사적 균형을 깨지 말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고했다.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라며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전날 담화를 물었다.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조선은 미국을 본떠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억지 주장을 내들고 조선반도 지역에서 군사력의 균형을 파괴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언제 했습니까. 이번에 (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홍 의원이 "모르면 넘어가겠다"고 하자, 윤 전 총장은 "죄송하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 '작계(작전계획)5015'에 대해서도 물었다. 작계5015는 한미 연합군의 전시 작전 계획 중 하나로,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를 포착할 경우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계획 등을 핵심으로 한다.

홍 의원은 "작계5015 알고 있나. 5015가 발동이 되면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제일 먼저 해야 하나"라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글쎄요. 한 번 설명 좀 해달라"고 말한 뒤, "국가 남침이라든가 비상시에 발동되는 작전계획 아닌가"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그게 아니고 한미연합사령부가 전시에 하는 대북 계획이다. 발동하면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제일 먼저 하느냐. 이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라고 재차 물었다. 윤 전 총장은 "제가 대통령이라면 한미연합 작전을 해야 하므로 일단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겠다"고 대답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의 대답에 "이미 미국 대통령하고 협의가 끝났는데 (무슨 통화를 하는가)"라며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은 전쟁 개시 직전에 전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결심해야 하는 것"이라고 맹공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순간적인 결심과 판단이 나라의 미래를 좌우한다. 그런 측면에서 조금 더 신중하게, 대통령이 되시려면 공부를 좀 더 하셔야겠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 전 총장 측은 토론회 이후 홍 의원이 '군사기밀보호법'을 지키지 않았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작전 계획명을 대선후보가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

윤 전 총장 대선캠프 백승주 안보정책본부장은 27일 논평을 내고 "홍 의원은 작계0000에 대해 질문하고 본인의 주장을 내놓았다. 법률가인 홍 의원의 이런 태도는 국가기밀보호법의 제정 정신 및 내용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백 본부장은 "2015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당시 야당 의원들이 작계0000 내용 열람을 요구하고 국방부가 거부해 국정감사가 파행 운영된 사실이 있다"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공개적인 내용 토론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열람 요구 주장이 있었는데 당시 국방부(한민구 장관)는 열람조차도 거부했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당시 열람 거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열람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미국 측의 입장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군사기밀보호법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불확실한 정보를 갖고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의 안보 이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선후보들도 군사기밀보호법을 지켜야 한다. 안보 분야에 종사한 분들은 엄격한 법 때문에 현직에서는 물론 전역 후에도 작계0000이란 용어를 사용한다"며 "구체적 작계명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대선후보들이 이를 공개 토론하는 순간 작계의 군사적 가치는 제로(0)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선후보 토론회를 우리 국민은 물론 우방국, 인접국, 북한 당국도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며 "그들이 홍 의원의 가벼운 언행을 어떻게 생각할지 홍 의원은 성찰해 보길 바란다"고 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 캠프의 논평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자기 후보의 무지는 탓하지 않고 벌떼처럼 나서 군사 비밀을 운운하는 것은 캠프의 무지도 스스로 폭로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미 작계5015는 2016년 만들 당시부터 언론에 공개돼 일반화돼 있는 안보 상식"이라며 "최근 김여정 대남 협박 내용도 모르는 그 후보의 안보 무지는 더욱 놀랍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떻게 52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김종인 위원장이 '파리 떼가 들끓고 있다'고 괜히 말한 게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부동산 비리 연루 참모에, 아들 갑질 논란 참모에, 장모 비리, 아내 비리 의혹에, 본인 고발 사주 의혹까지 그냥 조용히 계시라"며 "그게 그나마 후보를 도와주는 것이다. 떠들면 떠들수록 후보의 비리 의혹과 무지만 더 부각된다"고 일갈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