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 챔피언스(시니어)는 미국 내에서 정규 투어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무대다.
만 50세 이상 선수만 참가할 수 있다는 대전제가 주로 부각되지만, 명예의 전당 헌액자, PGA투어 통산 상금랭킹 70위권 등 알려지지 않은 까다로운 출전 조건이 걸려 있다. 이 때문에 대회 총상금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버금가거나 그 이상이다. 미국의 1970년생 동갑내기 필 미컬슨, 짐 퓨릭 등 PGA투어를 주름잡았던 스타들이 이곳에서 뛴다.
‘탱크’ 최경주(51)가 검증된 스타들이 모이는 PGA투어 챔피언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한국 골프 선구자’의 역할을 또 해냈다. 최경주는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의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파72)에서 열린 PGA투어 챔피언스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총상금 220만달러)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를 친 그는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33만달러(약 3억8000만원).
2002년 5월 컴팩 클래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PGA투어 정규대회 우승을 차지한 최경주는 시니어 무대에서도 ‘한국인 최초’라는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PGA투어에서 8승을 거둬 아시아 선수 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그가 PGA투어가 주관하는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11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10년4개월 만이다.
최경주는 “2011년 이후 첫 우승 기회여서 꼭 우승하고 싶었다”며 “챔피언스투어 첫 우승 꿈을 이뤄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또 “이 코스(페블비치)에서 여러 번 경기했지만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제게는 환상적인 대회가 됐다”고 말했다.
최경주의 이번 우승은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나온 쾌거다. 그는 2018년 8월 갑상샘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뒤 10㎏ 이상 빠진 모습으로 대회에 출전해 주변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허리 통증이 그를 괴롭혔다. 비거리가 줄어서 예전의 경기력을 펼치기도 어려웠다. 최경주는 “몸 상태나 기술, 파워 등은 여전히 좋은 편”이라며 “베른하르트 랑거(64)도 여전히 멀리 치고 점수 관리를 잘한다”고 힘줘 말했다. 랑거는 이번 대회에서 알렉스 체카(51·독일)와 함께 11언더파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최경주는 지난주 열린 샌퍼드 인터내셔널에서 연장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스 첫 승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어 열린 이번 대회에서 우승까지 차지해 2개 대회에서만 상금 47만4000달러(약 5억5000만원)를 벌었다.
최경주는 2라운드까지 2타 차 선두를 달렸다. 이날 최종라운드에선 5~8번홀에서 4연속 버디를 몰아치고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14번홀(파5)에서 유일한 보기가 나왔지만 그의 우승을 방해하진 못했다.
최경주는 28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오는 30일 경기 여주에서 개막하는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에 호스트이자 출전 선수로 국내 팬들에게 인사할 예정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