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충전단자와는 호환이 되지 않는 애플 아이폰을 쓰면 일반적 충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 10년째 이같은 '독자 규격'을 고수해온 애플이지만 불편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흘러나오는 데다, 유럽연합(EU)은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등이 채택한 일반적 충전단자로 일원화하기로 해 애플의 대응이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오는 2024년부터 모든 모바일 기기의 충전 단자를 USB-C타입으로 통일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애플은 아이폰에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 케이블을 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30.1%다. 삼성전자(33.01%)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애플이 쉽게 외면하기 힘든 시장이다. "혁신 저해한다"...애플 강력 반발라이트닝 케이블은 애플이 2012년 출시한 '아이폰5'부터 쓰고 있는 독자 규격 충전단자다. 이후 USB-C타입 단자가 새로운 표준 규격으로 개발됐다. 애플은 아이폰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USB-C타입으로 충전 방식을 바꾸지 않고 여전히 애플만의 단독 규격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자 이번에 EU가 애플 행보에 제동을 걸면서 "매년 1만1000t 전자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모든 케이블을 USB-C타입으로 통일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애플은 EU의 조치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가 오히려 환경에 친화적이지 않은데다, 혁신을 저해한다는 게 애플이 꼽은 이유다.
애플은 "한 가지 유형의 단자만 요구하는 엄격한 규제는 혁신을 장려하기보다는 오히려 방해할 수 있고 유럽과 전 세계 이용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며 "단자가 통일되면 애플 이용자가 기존에 이용하던 라이트닝 액세서리를 버려 도리어 전자 폐기물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반대 이유는 혁신이나 환경 때문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애플이 USB-C타입을 채택하지 않는 이유가 애플의 'MFi 프로그램'에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일반 업체들이 애플의 액세서리를 만드는데 있어 MFi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 계획을 제출 부터 개발, 인증, 양산 까지 모든 과정을 관여한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는 애플의 라이센스를 사용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애플은 애플에서 인증하고 MFi 배지가 있는 액세서리만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애플의 라이트닝 포트는 편의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통제를 위한 것"이란 취지의 보도에서 "(충전단자가 변경되면) 애플이나 협력사들이 만든 라이트닝 방식 충전 케이블을 비롯한 관련 기기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돼 수익이 줄어들 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USB-C타입 건너뛰고 '무선충전'으로?애플이 USB-C타입으로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라이트닝 단자에서 USB-C타입으로 전환되는 개발 비용 절감을 위해 아예 충전 단자를 폐기하고 무선 충전이 가능한 제품을 양산할 것이란 설도 나온다.
더버지는 "애플이 라이트닝 단자 없이 무선 충전에만 의존하는 아이폰을 출시할 것이란 소문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에 정통한 궈밍치 TF인터내셔널 연구원도 "애플은 라이트닝 포트를 USB-C타입으로 바꾸는 대신 단자를 제거한 완전한 무선 아이폰을 내놓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애플이 결국엔 USB-C타입의 충전 방식을 채택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CCS인사이트의 벤 우드 애널리스트는 "결국 애플은 USB-C를 지원하는 제품을 출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T 매체 폰 아레나도 "USB-C로 교체하는 데 관심이 없었던 애플이지만 EU가 법안을 통과시키면 새 표준을 채택해야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