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60세 이상 고령층과 의료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조만간 시행하기로 했다. 국내 도입 차질로 6주로 늘린 화이자·모더나 백신 1·2차 접종 간격도 10월 초부터 4주 안팎으로 다시 좁히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6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간격을 단축해 예방접종 완료율을 더 높여 나갈 것”이라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그간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 만 12~17세 청소년과 임신부도 접종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접종 일정은 27일 발표한다.
코로나19는 정부의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5일 2771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검사 건수가 줄어드는 주말인데도 직전일(24일·3272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확진자를 냈다. “4차 대유행이 9월 중순 하루 2300명 수준까지 올라갔다가 서서히 내려올 것”이라던 이달 초 방역당국의 예상을 넘어선 규모다.
방역당국은 이번주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4000~5000명대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5일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연휴 기간 중 이동량 증가, 사람 간 접촉 확대 등으로 잠재적인 무증상·경증 감염원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3000명대 이상의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도 “추석 명절 대이동 여파를 예견했지만 증가폭과 속도로 볼 때 매우 엄중한 상황임이 분명하다”며 “이번주 방역 상황이 단계적 일상 회복의 출발점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큰 틀에서 ‘위드(with) 코로나’ 계획은 그대로 추진키로 했다. 김 총리는 이날 지역민영방송협회 특별대담에서 “1년8개월째 협조해주는 국민들께 언제까지나 참아달라고 요청하기가 너무 힘든 상황”이라며 “단계적 일상 회복에 대한 정부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연말께 미국 등에서 ‘먹는 치료제’가 나오면 상대적으로 역병과의 싸움에서 인류가 유리한 위치가 되고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으로도 되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대유행이 1년 안에 끝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뉴질랜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년 내 코로나19는 독감과 비슷한 질병이 될 것”이라며 “지난 6개월 동안의 백신 생산 능력을 고려해볼 때 내년 중반까지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백신 접종을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델타 변이의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사람들도 (감염을 통해) 자연적으로 항체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