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존비즈온의 사업다각화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기존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 금융·물류 등 넓은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6일 IT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더존비즈온이 신청한 ‘기업정보 조회업’ 라이선스 심사를 진행 중이다. 심사 실무를 맡은 금융감독원 디지털금융감독국이 관련 내용을 위탁받아 적격성 심의에 나선 상태다. 예상 심사 기간은 3개월로, 연내 금융위 최종 의결을 통과하면 비금융 기업으로서 사업 허가를 받은 국내 최초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개정된 신용정보법이 더존비즈온 약진의 바탕이 됐다. 기업의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업무는 원래 금융회사가 아니면 할 수 없었다. 금융위는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2019년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시작으로 법안 개정을 추진해왔다. 더존비즈온은 샌드박스를 통해 인공지능(AI) 회계 데이터 분석을 통한 신용평가 모형을 시범 제공했는데, 운영한 지 만 2년이 넘어선 시점에서 이를 정식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빅테크 업체들이 중소기업 대상 매출 분석과 세무관리 사업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더존비즈온이 시장 우위를 이어가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존비즈온은 연내 사업 허가를 목표로 AI 금융 서비스를 늘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17일 신한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자사주 1.97%(총 723억원 규모)를 신한은행 측에 매각하고, 양사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연계해 ‘매출채권 팩토링’ 서비스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매출채권팩토링은 기업 세금계산서(매출채권)를 AI가 정밀 평가하고 일정 할인율로 매입해주는 서비스다.
물류 서비스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더존비즈온은 물류 스타트업 로지스팟과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를 출시했다. 더존비즈온 ERP인 ‘아이큐브’에 로지스팟의 배송 관리 서비스를 연계한 것이다. 지난 5월엔 로지스팟에 5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금융과 물류를 포함해 장기적으로 기업 법무, 세금, 소모성 자재(MRO) 등을 포괄하는 B2B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