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면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이란 의료계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9월 들어 1400~2000명 수준에서 움직이던 하루 확진자 수가 단숨에 3000명 가까이로 치솟았다. ‘민족 대이동’ 여파로 수도권에 묶여 있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한 만큼 다음주에는 확진자 수가 4000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10월 3일 끝나는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가 또다시 연장되는 것은 물론 11월로 예정된 ‘위드(with) 코로나’ 시행 시점도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고된 재유행…3000명도 돌파‘추석 연휴 이후 코로나19 재유행’은 사실상 예고된 일이었다. 사람 간 만남이 큰 폭으로 늘어난 만큼 ‘접촉성 전염병’ 확산은 당연한 수순이란 이유에서다. 전 국민의 44%(2258만 명)가 백신을 2차까지 맞았지만, 활동량이 많은 20~40대의 접종 완료율이 30% 수준에 그친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었다.
방역당국도 이런 점을 알고 있었지만 1년 넘게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해온 점, 국민의 방역 피로감이 극에 달한 점을 들어 이번 추석 방역 규제는 느슨하게 풀었다.
결과는 사상 최다 확진자로 돌아왔다. 기존 최다 기록(9월 23일 2434명)을 하루 만에 다시 넘어섰다. 20~40대가 전체 확진자의 60%를 차지하는 등 우려는 현실이 됐다.
문제는 아직 정점이 오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귀경한 사람들의 검사 결과가 나오는 다음주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모든 지표는 확산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주(9월 12~18일) 감염재생산지수는 1.03으로 직전주(1.01)보다 상승했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2.5배 강한 델타 변이가 전체 감염자의 98.2%에 달하는 점,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확진자 비율이 39.8%에 이르는 점도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감염이 확산한 것도 증가세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주일 비수도권의 하루 평균 확진자 수 증가율(13.3%)은 수도권(2.8%)을 압도했다. 지난 여름철 ‘수도권발(發) 전국 확산’이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는 확진자 한 명이 5~7명까지 감염시키기 때문에 확진자가 4000명대까지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늦어지나이로 인해 ‘11월 위드 코로나 시행’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방역 규제를 완화하려던 정부의 스텝도 꼬이게 됐다. 정부는 전 국민의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는 10월 말~11월 초부터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10월 4일부터 시행될 새로운 거리두기 때 선제적으로 방역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관측이 의료계에서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뀐 만큼 큰 폭의 규제 완화는 물 건너갔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유행 확산세가 감소세로 전환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진자 급증이 위드 코로나 전환이란 ‘큰 물결’을 돌리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자영업자들의 고통과 국민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는 이유에서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사망률과 위중증 전환율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손 반장은 “예방접종 효과가 나타나면서 위중증률, 입원율, 중환자 병상 가동률 등이 확진자 규모만큼 증가하지 않고 있다”며 “(위드 코로나 전환 여부를 검토할 때) 확진자 수와 함께 이런 점도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정부가 이날 ‘재택 치료 전국 확대’를 발표한 것도 위드 코로나 전환을 위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무증상 또는 경증환자에 대한 치료 부담을 덜어줘야 각 병원이 위중증 환자 위주로 대응할 여력이 생기고, 병상 부족 문제도 해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재택치료를 활용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서울 경기 등 총 9곳이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