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아파트값 '대출금지선' 15억원 넘본다

입력 2021-09-24 17:26
수정 2021-10-06 19:04

충청권 집값을 견인하던 세종시 아파트값이 하락하자 인근 지역으로 매수세가 퍼지고 있다. 특히 충남 천안시에서는 ‘대출금지선’인 15억원에 육박하는 매물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천안은 교통 여건이 좋을 뿐만 아니라 기업 유치가 활발하다는 평가다.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세종 지자 천안 뜬다 24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20일 기준) 천안시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1% 상승했다. 추석 연휴 영향으로 지난주(0.42%)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하지만 올 들어 이달 셋째 주까지 누적 상승률은 11.4%에 달한다. 작년 동기 상승폭(4.86%)의 두 배가 넘는다.

천안 아파트값 강세는 세종시 집값 약세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45% 오르며 전국 집값 상승률 1위를 차지한 세종시는 지난 6월부터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신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덜 오른 천안 등 인근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북구 불당동 M공인 대표는 “세종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인근 지역인 천안 집값이 오르고 있다”며 “‘12·17대책’ 이후 천안시 대부분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상승 기대가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려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천안의 강남’으로 불리는 서북구 불당동이 시세를 견인하고 있다. ‘천안불당지웰더샵’은 전용면적 112㎡가 올 3월 15억5000만원 신고가에 거래되며 이 지역 최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는 15억원을 돌파했다. ‘불당파크푸르지오’ 전용 110㎡는 7월 9일 12억2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9월 8억9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도 안 돼 3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불당동 P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종 아파트를 정리한 사람들의 자금이 인근 천안, 대전 등으로 몰리고 있다”며 “투자자는 아직 집값이 덜 오른 천안이 ‘틈새시장’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단지·교통 호재 잇따라천안은 산업단지가 많아 배후 수요가 풍부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천안에는 일반 산업단지 8곳, 농공단지 4곳, 외국인 전용단지 2곳이 들어서 있다. 이 단지들의 고용 인원만 총 4만 명에 육박한다. 서북구에는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천안테크노파크 일반산업단지와 북부BIT 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비교적 개발이 더뎠던 동남구에도 내년에 제5일반산업단지가 확장되고 2024년 제6일반산업단지가 새로 들어설 예정이다.

교통 개발도 많다. 내년 12월 천안~아산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아산까지의 통행 시간은 약 11분(23분→12분) 단축될 전망이다. 2023년 천안~평택고속도로가 완공되면 만성 병목 현상을 보이는 국도1번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천안 구간의 혼잡도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서울~천안~세종고속도로가 2024년, 천안~공주고속도로가 2026년 개통될 예정이다. 지금도 천안아산역에서 KTX나 SRT(수서고속철도)를 이용하면 서울 수서역까지 20분대에 도달할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천안시는 수도권과 가깝고 사통팔달 도로망이 구축된 교통 요지지만 여태껏 성장 가능성에 비해 저평가돼왔다”며 “최근 신축 단지들이 대거 들어서자 인근 수요까지 흡수하며 재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추석 연휴 영향으로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0.36% 올라 지난주(0.40%)보다 상승폭을 줄였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8월 셋째 주부터 이달 둘째 주까지 5주 연속 0.40% 오르며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는데, 6주 만에 오름폭이 줄어든 것이다.

서울은 지난주 0.21%에서 이번 주 0.20%로 오름폭이 줄었지만, 8주 연속 0.2%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강서구가 0.29%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가운데 강남(0.26%)·송파구(0.25%) 등의 고가 아파트와 노원(0.26%)·구로(0.23%) 등의 중저가 아파트 모두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