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시무(時務) 7조'라는 상소문 형식의 국정 비판 청원을 올려 화제를 낳았던 조은산(필명·40) 씨가 최근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오른 '대장동 특혜 의혹'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 씨는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대장동 의혹을 바라보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좌파 인사들의 특징 중 하나는 제 말에 제가 걸려 넘어지는 심각한 언행 불일치의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라며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 제 업적과 이득을 챙기며, 사회주의 이론에 근접한 감성적 언사로 민심을 긁어모으려다 보니 당연한 일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표적으로 조국의 예를 보자.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고, 가재, 붕어, 개구리로 살더라도 행복하게 살면 된다던 그가 정작 제 자식을 이무기로 키우려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말았을 때, 그의 관념은 사회주의자였지만 행실은 철저한 자본가이자 능력주의자였음을 우리는 이미 사실로써 잘 알고 있다"며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보고 있다. 과거의 그가 남긴 그럴듯한 말들이 지금의 그를 얽매는 굴레가 돼버린 슬픈 현실을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 이재명 지사의 현실을 보자. 기득권 타파를 외치는 그는 토건 세력의 척결과 불로소득의 환수를 주장하지만 놀랍게도 저 스스로 델타 변이 기득권이 돼 화천대유라는 신흥 토건 세력에게 4000억 원의 막대한 불로소득을 안겨주고 만다"며 "그리고 문제의 화천대유 관계자는 문 정권의 부동산 정책 덕에 큰 이익을 본 것이라 항변하고 있다. 나는 도대체 뇌 안에 무슨 물질을 채워 넣어야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또 "결과적으로 얘기하자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합심해 부동산을 폭등 시켜 5000만 국민의 집값과 전·월세 금액을 갈취했고, 이재명 지사가 그 돈 4000억 원을 지분 7%의 민간 사업자에게 몰아줘 진정한 촛불 정신을 실현했다고 보면 되겠는가"라고 했다.
조 씨는 "논란의 핵심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과연 이재명 지사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겠는가에 대한 것이지만 나는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고 본다"며 "이 논란은 이미 벌어졌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분이 더러운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민주화 열사들이 벌인 자본주의의 향연에 서민계급은 동참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혼돈에 빠트리는 건 언제나 선한 자를 가장한 악인들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며 "그러므로 나라를 망치는 건 아마도, 기득권 타파를 외치는 또 다른 기득권일 테다. 舊(구)기득권은 해 먹어도 다 같이 해 먹지만, 新(신)기득권은 자기들끼리만 해 처먹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