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인근에 아파트"…철거 촉구 靑 청원 11만명 동의

입력 2021-09-23 09:28
수정 2021-09-23 09:46

문화재청 허가 없이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김포 장릉 인근에 짓고 있는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철거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엿새 만에 11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7일 게시판에는 '김포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전 9시23분 기준 참여인원이 11만668명을 기록했다.

청원인은 "세계문화유산 김포 장릉의 경관을 해치는, 문화재청 허가없이 지어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한다"며 "김포장릉은 조선 제16대 인조의 부모인 원종과 인헌왕후를 모신 능으로,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중 하나"라고 운을 뗐다.

이어 "김포 장릉은 파주 장릉, 계양산과 일직선상에 위치해 이어지는 조경이 특징인데 해당 아파트는 김포 장릉-계양산의 가운데에서 조경을 방해한다"며 "봉분 앞 언덕에서 계양산 쪽을 바라보면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와 조경을 해치고, 문화유산등재기준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려워져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심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당 아파트들은 문화재보호법 상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했으나 이를 받지 않고 지어진 건축물"이라며 "김포 장릉의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훼손하는데다 심의 없이 위법하게 지어졌으니 철거돼야 하는게 맞다. 이를 그대로 놔두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로 남아 위와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분양이 이루어져 수분양자들에게 큰 피해가 갈 것이기 때문에 이 청원을 작성하면서도 마음이 무겁다"며 "그러나 2019년에 아파트 사업계획 승인에 앞서 이러한 사안을 검토하지 않은 지자체 및 건설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인정한 우리 문화유산을 건설사 및 지자체들의 안일한 태도에 훼손되는 이러한 일이 지속된다면 과연 우리 문화가 계속해서 세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우리 문화는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 이번 일들이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인식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지난 6일 문화재청은 검단신도시에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 3곳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 건설사가 검단신도시에 짓는 3400여가구 규모 아파트 44개 동 가운데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포함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포함되는 19개동에 대한 공사 중지 명령도 내렸다.

문화재청장은 지난 2017년 1월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개별 심의한다고 고시했다. 그러나 해당 건설사들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지 않았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