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그룹 파산 우려…중국발 금융위기 가능성 낮아"

입력 2021-09-23 09:20
수정 2021-09-30 11:56


중국 헝다그룹의 파산 우려로 추석 연휴 동안 투자자들의 마음은 편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헝다그룹이 중국판 리먼사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헝다그룹이 파산한다고 해도 중국 전체 금융시스템 대비 규모 및 대손충당금 비율을 감안하면 감내 가능하기 때문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매출 기준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이며 중국 최대 역외 채무를 보유하고 있는 그룹이다. 헝다그룹에 대한 위험은 지난 7월 이후 제기됐다. 문제가 커진 것은 이번주 헝다그룹의 8353만달러 이자 상환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전일 헝다그룹 관계자가 중국 역내 이자(232억위안, 3590만달러)를 상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인민은행도 단기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번 사태가 심상치 않은 이유는 중국 기업들의 레버리지(부채 비율) 때문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159%다. 과거 심각한 버블 붕괴를 겪었던 90년대 일본의 147.6%와 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과 태국의 113%를 훨씬 능가한다.

헝다그룹의 부채 비율(부채/순자산)은 올해 6월 기준 459%다. 중국 1위 차이나 반케(Vanke)
의 부채비율은 137%이나 중국 A주에 상장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평균 부채 비율은 387%다.

헝다그룹 파산 우려는 묘하게 2009 년 리먼사태를 상기시킨다. 당시에도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리먼이 파산했다. 그러나 중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MF 외환위기 및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는 달리 이번 헝다그룹 사태는 2020년 8월 제정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레버리지 규제 영향"이라며 "리먼사태는 미국 부동산 경기가 하강 싸이클로 접어들면서 금융기관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확대된 과정에서 발생한 반면 아직 중국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헝다그룹의 부채 비율은 부담스럽다. 그러나 연쇄 부도위험으로 확산되지 않으면 중국 금융시스템 내에서 수용이 가능하다. 헝다그룹 부채는 전체 중국 신용(302조위안, 2021 년 6 월 기준)의 0.65% 정도다. 반면 중국 대손충당금 비율은 전체 대출의 3.4%다.

헝다그룹 사태가 무질서한 기업들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어느 선에서 개입할 것인지, 이후 부양정책 기대에 대한 불확실성은 4분기 초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허 연구원은 "중국 자산에 대한 디스카운트 요인은 유효하고 중국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산업과 원화 자산에 대한 부담도 남아 있다"며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선진국 증시와 자산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